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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Mar 23. 2017

[한국] 서울, 낯설게 보기

3년 반 만에 귀향한 서울의 모습


2010년 8월 캐나다로 혈혈단신 이민을 온 후, 외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한 번, 그리고 친한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다시 한 번 한국을 다녀 온 이후로 고국을 방문하지 않은지 3년 하고도 반이 지났다. 칠 천 만리 태평양을 건너는 저렴하지 않은 비행기 삯과 풀타임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장기로 휴가를 떠나는 것이 마땅치 않은 탓에, 딱히 특별한 경조사가 있지 않은 이상 한국 땅을 밟게 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 3월, 프리랜서로 일을 하던 중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을 밴쿠버로 수입해 오는 클라이언트 덕분에 마침 서울패션위크 참여 차 그리웠던 고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기게 되었다. 부풀은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탑승한 뒤, 다리가 저려오는 장장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의 끝자락에 다다르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인천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느 도시를 여행하듯 항상 대동하는 여행 가방의 사진을 기념하듯 찰칵 찍고, 인천공항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캐나다가 심심한 천국이라면, 한국은 재밌는 지옥이라 그 누가 말했던가. 3년 반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무수한 변화를 거쳐 온, 여전히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서울 곳곳이 드러났다. 오랜만에 들른 고국의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삼 시 세끼 한국 음식으로 가득찬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 사무치게 그리웠던 고향의 향수가 쉬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고귀하게 주어진 3주라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하여, 서울패션위크를 참석하는 내내 틈틈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한 순간도 쉬이 보내지 않으려고 바쁘게 열심히도 돌아다닌 흔적이 사진 곳곳에 남아있다.





자하 하디드 (Zaha Hadid)의 손으로 완성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완성된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을 때는 허허벌판의 공사장 같았던 곳이 이렇게 미래적으로 변신해있다는 데 대한 경의로움을 금치 못하기도 했다.





예기치 않게 자주 들르게 된 신사동 가로수길은 정말 많이도 발전한 모습이었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때의 정적이고 고요한 느낌이 사라진 것에 비해 사람들로 넘쳐나는 분주한 모습의 가로수길은 마치 명동화 되어버린 것 같아 다소 아쉽기도 했으나, 한 편으로는 즐겨 가던 샌드위치 집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에 안도하며,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성 넘치는 상점들을 하나 하나 들러보는 묘미를 통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청산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와보니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일상적으로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는 것에 대해 '낯설게 볼 수 있는 시선'의 힘이 생긴 것이다. 워낙 한국과 캐나다의 생활 및 문화 자체가 다른 탓인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이나 창의성이 더욱 더 돋보이게 되는 안목이 키워졌다고나 할까. 덕분에, '한국적'인 것에 대해 더 감명받고 매료될 수 있었다.





내가 여전히 서울에 살고 있었다면, 평소 그냥 지나쳐버렸을 골목 골목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 건 그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낯설게 본 서울의 골목 하나 하나는 결코 쉬이 지나쳐 지지 않았다. 여느 가정집 밖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전기계량기, 혹은 오래된 미용실 마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으니까. 이는 옛스러움을 촌스러운 것으로 착각했던 어린 나를 반성하며, 전통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타지에서 온, '아웃사이더(Outsider)'로의 낯선 시선으로 3주라는 시간 동안 동대문, 명동, 삼청동, 광화문, 북촌 한옥마을, 대학로, 한강, 여의도,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 청담사거리, 강남역, 신촌, 이대, 홍대, 신도림, 신대방 등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걷고, 많이 돌아다닌 서울은 여전히 활기차고, 다이내믹했다. 캐나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동이 틀 때까지 영업을 하는 곳이 넘쳐나는 서울의 새벽의 모습을 보며, 이토록 눈부신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임에 틀림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일이기에 더욱 많은 것을 얻어가고자 노력했던 결실이 끝맺을 때쯤, 친구와의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며 밴쿠버로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오랜만에 방문해서 그런지 낯설은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했지만 여전히 친근하게 다가와주었던 서울의 잔상은 아무래도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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