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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Aug 12. 2018

[태국] 빗 속에 떠오른 채 즐긴 만찬

방콕 탈링 찬 플로팅 마켓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간밤의 태풍 탓에 일찍 잠에 든 탓인지, 아침형 인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눈이 떠졌다. 일어나자 마자 호텔 창 밖을 확인하며 비가 오는지를 살폈다. 아직도 어젯밤에 내린 비가 촉촉하게 땅을 적시고 있었다. 어제 만난 친구와 오늘 함께 동행할 것인지 문자를 보내놓고, 샤워 후 나갈 채비를 챙겼다. 오늘은 방콕 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플로팅 마켓 (floating market)’에 가기로 마음 먹은 날이다. 태국에 가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딱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태국 요리를 직접 배워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플로팅 마켓에 가 보는 것이었다.


방콕 시외에는 크고 작은 여러 플로팅 마켓들이 있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담넌 사두억 (Damnoen Saduak)’ 시장은 방콕 시내에서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아담한 규모이지만 나름 가까운 ‘탈링 찬 (Taling Chan)’ 플로팅 마켓을 향해 택시로 이동을 시작했다. 40분 정도면 도착하겠거니 예상했는데, 호텔에서 한 시간 반 남짓 걸린 탓에 택시비가 예상외로 적잖이 나왔다. 하지만 꼭 와 보고 싶은 곳이었기에 아쉬움 없이 택시비를 지불하고 플로팅 마켓을 향한 발걸음을 옮겼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도중에도 비는 왔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다. 플로팅 마켓 입구에 도착해서도 반갑다는 듯 비가 우렁차게 나를 맞아주었다. 생각해보니 사실 이번 방콕 여행 동안 비를 마주하는 일이 잦았다. 친구들과 야시장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행 중이라 다소 성가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걸리적 거리지 않은 것은 조급한 마음으로 많은 곳에 다니고자 한 게 아니라 찬찬히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던 시간적 여유가 존재했기 때문이리라.



마켓 입구로 들어가는 긴 통로에는 상인들이 장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큰 간판이나 안내소가 보이지 않은 터라 통로를 무작정 따라 들어가보니, 강 위에 나무로 만든 평상에 앉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침을 먹는 모습이 보였다. 평상을 둘러싼 강가 주변에는 상인들이 간판을 내걸고 음식을 팔고 있었다. 이는 마치 자연 속에 만들어진 푸드코트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트 위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니, 보트는 주말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트를 타고 강을 가르며 이 곳 저 곳을 들러 음식을 골라먹는 재미를 상상했던 나에게 잠시 실망감을 안겨주었지만, 그래도 강변에 자리를 잡은 상인들에게서 음식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뭘 먹을지 고르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마켓에 도착했다. 먼저 온 내가 먹고 싶었던 것을 보여주며 가이드 역할을 하다보니, 어느 새 찾아온 허기가 뱃 속을 급격하게 관통했다. 서로 300바트 씩 각출하기로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맘껏 시켰다. 파파야로 만든 시큼한 ‘솜땀 (Somtam)’ 샐러드, 보트 안에서 구운 즉석 새우요리, 치킨 꼬지, 돼지고기를 넣은 국물이 얼큰한 면 요리에 코코넛까지 주문했는데도 돈이 남았으니, 약 만 원 남짓한 돈으로 왕처럼 먹을 수 있는 태국의 저렴한 물가가 새삼 고맙게 다가왔다.



유투버인 친구가 하나 하나 음식을 소개하며 비디오를 찍을 동안 나 역시 휴대폰과 카메라를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만족할 만한 양의 사진을 얻은 후에야 먹은 첫 끼는 한 시간 반을 달려온 보람을 가열차게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강 위에 떠다니며 음식을 사 먹는 즐거움을 맛 보진 못했더라도, 자연을 품은 강 위에서 멋드러지게 먹은 푸짐한 한 상 차림은 맛과 멋을 함께 간직한 채 나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공존할 것이다.



Written & Photographed by BEYU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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