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보내는 보통 서울의 모습
소울 서칭 (Soul Searching: 깊은 내면의 자아 탐구)을 하러 서울에 왔다.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바로 캐나다로 나와 자리잡은 것이 어언 7년, 떠나올 때 동경했던 여유로운 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고 나니,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의 정신 없이 바쁜 삶이 그리워 진 탓이다. 여유롭다함은 게으름을 동반한다. 게으를 겨를이 없는 나의 조국 한국에서, 슬며시 한 켠으로 미뤄두고 쓰지 않았던 모국어를 쓰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워보며 앞으로의 5, 10년의 계획을 세워보고 싶은 자그마한 소망을 가지고 서울에 잠시 동안 와 있게 되었다.
오늘 왔지만 내일 당장 떠날 사람처럼 가족 및 친구들을 하루 이틀 동안 몰아서 만나고, 휴일을 맞이했다. 6월 6일 현충일. 참으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한국에서의 연휴이지만, 사실 멀리 외국에 살다가 온 나에게는 그리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운동과 여가 생활을 애정하는, 고맙게도 아주 흔쾌히 나와의 동거를 허락해 준 친구는 오늘 살사(Salsa: 라틴 댄스)를 배우러 동대문에 갈 예정이라 했다. 도소매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동대문이라면 질리지 않을 정도로 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는 바로 함께 동대문 길을 가기를 청했다.
휴일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모습은 항상 바빴던, 내가 평소 알고 있던 동대문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휴일의 동대문은 서울 및 지방에서 사입 (도매로 제작된 물건을 떼어 와 소매 판매를 하기 위한 바잉: buying)을 하려는 사람들과 직배송을 해 주는 퀵배송 오토바이들로 가득 찬 북적북적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한적하고 인적 없었기 때문이다. 동대문의 늘 바쁜 모습에 적응이 되어 있고 고정 관념이 박혀 있었던 나로서는 언제나 친근했던 이 곳이 낯설게 느껴지는 일종의 신선한 충격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더욱이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 동대문의 풍경들은 새롭게 다가왔고, 나에게 전에 없었던 또 다른 영감을 선사해주었다. 예전엔 가 보지 않았던 골목 골목 사이를 들여다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우연하게 대대손손 내려오는 맛집 스러운 고풍스러운 멋을 내포하고 있는 설렁탕 집을 발견하여 근사한 혼밥을 즐길 수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식사 한 끼를 마치고 나니, 한 켠으로는 비가 많이 오는 밴쿠버에 설렁탕 집을 하면 잘 되지 않을까... 라는 홀로의 여담까지 곁들이며, 맛깔나는 서울에서의 휴일을 최대한으로 만끽했다. 이제 겨우 3일째인 서울 생활,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