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한 1주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팬데믹으로 명명된지도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평소의 일상과 다름없이 돌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는 나날들의 연속은 여전히 한 편으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집을 나설 때 기본 필수품인 휴대폰, 카드 지갑, 열쇠에 더해 마스크를 플러스 알파로 챙기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마스크를 쓰고 나설 때마다 안경에 서린 김 때문에 답답한 건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 되니 말이다.
예전의 일상에 비해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단연 ‘해외 여행’ 일 것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나는 비교적 시간적 혹은 물리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ovid-19 PCR 검사를 받고 “음성(Negative)” 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자가 격리를 입출국 2주씩 약 한 달간 해야 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여행을 하고자 하는 욕구’라는 것은 옛날에 저 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지 오래다.
특히 캐나다는 해외여행 후 입국 시 반드시 국가에서 지정한 호텔에서 72시간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요상한(?) 법을 급제정했는데, 럭셔리한 호텔도 아닌 Days Inn 같은 2성급 호텔에 묵더라도 3박에 약 2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은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의 여행 욕구를 잠식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의 임신 및 출산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 다녀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아무래도 이번 해 안에 한국을 다녀오기는 그른 듯하다.
평범했지만 소중했던 일상을 빼앗겨버린 우리네 답답한 마음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사계절의 쳇바퀴는 돌아가고, 봄은 다시 돌아왔다. 눈 가려움, 눈치 없이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발작성 재채기, 청명하고 맑은 콧물의 향연의 연속인 계절, 이토록 잔인한 알레르기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계절이지만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두근두근 거리는 소녀 감성을 맘껏 발산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시즌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난주엔 예전에 받아두었던 알러지 약이 다 떨어져서 다시 패밀리 닥터와 약속을 잡아야 했다. 여기서 느낀 예전의 일상과 확연히 달라진 또 다른 점은 어느새 거의 모든 일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휴대폰을 통해 모든 대화나 일처리가 가능하긴 했지만, 이 듣도 보도 못한, 근본 없이 등장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은 제4차 산업혁명을 더욱 앞당긴 계기로 작용한 듯하다. 다운타운에 있는 오피스들은 재택근무로 인해 For Sale/Lease 사인들로 넘쳐나고, 병원 업무 역시 전화나 Facetime, Zoom, Google Meet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은 몇 년 전, 이 곳 <브런치>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을 주셔서 안면을 트게 된 사진작가님과 함께 출사를 나섰다. 평소 잘 가지 않는, 캐나다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인 다운타운의 웨스트 엔드(West End)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걸어 다니다 보니 마스크 때문에 답답했던 안경에 낀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조금 넓어진 듯, 마치 일 년 동안 묵혀둔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MBTI를 칠 때마다 I(Introverted)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극도로 외향적(Extroverted)인 성향에서 오는 것일 게다.
전례 없이 펼쳐진 팬데믹이라는 파도 속에서도 밴쿠버 곳곳을 두문불출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 한쪽에 답답한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은, 대면적 일상이 그리워서 일까, 아니면 여행이 하고 싶은 것일까. 그도 아니면, 마스크 없이 침을 자유자재로 튀기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프리허그를 시전할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던 각종 소셜 이벤트들이 그리운 탓일까.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일상일지라도, 가끔 안개 낀 안경이 답답할 지라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남들이 가진 것과 비교하지 말고 온전히 내가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것은 늘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건강한 신체와 정신,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 1인 사업자로서 나와 마음 맞는 사람들을 선택하여 일할 수 있는 자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뜻깊음, 그리고 살고 싶었던 아름다운 도시에서 사는 하루하루에 대해서. 불평불만이 스멀스멀 연기처럼 올라올 때면 늘, 깜빡 잊어버리곤 하는, 지금 바로 이 순간, 현재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곧 자유로운 여행이 허락되기를 바라며...)
Written & Photographed by BEYUN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