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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루터란아워 Feb 21. 2020

교리교사가 말하는 성당의 일상

청년 그리스도교 봉사자를 만나다 ⑧

19/11/29 신촌의 한 초밥집에서 천주교 인천교구 소속 성당의 교리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김요한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중고등부 교리교사의 일상


평일에는 성당마다 (활동이) 다 다르다. 우리 성당은 월요일 새벽 6시, 화요일에는 저녁 7시, 수요일은 오전 10시 반, 금요일은 오후 7시, 토요일은 4시, 7시에 미사를 드린다.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에 하루는 꼭 참여해야 한다. 안식일을 거룩히 지켜야 하니까. 가지 못하면 본인의 자율적인 양심에 따라 고해성사를 꼭 해야 한다.


매주 교리교사 활동을 하는데 (본인은) 토요일 6시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6~7월은 여름 신앙학교로 무척 바쁘다. 그때는 방학인데 거의 매일 회의에 참석하고 캠프 아이디어 준비로 무척 바쁘다. 교리교사는 주로, 말 그대로 교리에 관해 가르쳐 주는 일을 한다. 생각보다 가르치는 내용이 많다. 성경에 관한 내용, 사회적 문제가 되는 내용 혹은 그것에 대한 교회의 관점을 가르친다.


가톨릭은 낙태를 반대하지 않나. 예를 들어 낙태에 관련된 사회적 문제에 관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근거로 그리고 성경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낙태 반대를 설명하고자 한다. 교회의 시선을 빼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근거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가르친다.


무엇보다 가르치는 내용이 다른 것처럼 초등부랑 중고등부 분위기도 확연히 다르다. 초등부는 살짝 유아 느낌이 강한 반면에 중고등부 아이들은 말도 잘 통하고 초등학생과 얘기 못 하는 진지한 내용을 잘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사춘기에 겪었던 진로나 연애에 관해서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설명할 수 있는 내용들, 그러한 내용도 중고등부 교리교사의 큰 역할인 것 같다.


한번은 중학교 1~3학년, 고등학교 1~2학년들을 모아놓고 전체 교리를 가르치던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미사에 관한 예절이나 진행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다. 직접 작성한 피피티로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고 이해했던 것이 큰 보람으로 다가왔다.



확실한 이해 과정 없이는 남 앞에서 가르치기 힘들어

교리 교사의 연수 과정     


교리교사는 하고 싶다고 무작정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 교리교사 연수’라고 해서 처음에 딱 시작하면 2월 그쯤에 2박 3일 연수를 다녀와야 한다. 이게 또 초등부, 중고등부 (과정이) 따로 있다. 나는 중고등부 교리교사를 맡고 있으며, 2박 3일 연수 이후에 교리교사 아카데미를 가서 지속해서 교육을 받는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교리교사를 맡을 수 없다. 무조건 연수를 받아야 한다.


갔을 때 느낀 점은, 교육하는 시선과 내가 가지고 있었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수준을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비판에 대해서 오히려 더 (그 입장을) 이해하고 나의 관점으로 비판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중고등부 교리교사 활동 중에 재밌었던 사연들은?


성당은 술을 허용한다. 그중 청년 쌤들이 한 11명 정도 있다. 그래서 공과 끝나고 술 마시러 가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작년에도 수능이 끝나지 않았는가, 이게 재밌었는데 수능이 끝나고 2개월, 3개월이 되면 내년에 성인이 되니 자연스럽게 걔네랑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 ‘수고했다’라는 느낌과 한편으로는 ‘이제 졸업했으니까 교리교사 해야지’라는 느낌이 약간 암묵적인,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공존했다. 얘네들이 이제 처음 술을 접하는 자리여서 이 상황이 되게 웃겼다.


그리고 이게, 친목하는 것 때문에 (성당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랑 친해지는 것 자체로 큰 동기부여를 받을 때가 있었다. 위로를 받는다. 같이 밥 한 끼 한다는 것 자체가 따뜻한 말을 해주어서가 아니라 그냥 밥 먹는 것만으로도…. 무엇보다 이건 보수가 없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스스로 온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나랑 같은 처지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면서도, 같이 온 사람으로 느낀 동병상련으로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부정적인 동병상련이 아니라 일종의 전우애 같은 느낌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이 교리교사 했던 5명 중에 현재 3명이 나가서 나와 남은 한 명밖에 없는데, 남은 한 명이 큰 의지가 되는 것 같다.


성당에서 굵직한 큰 행사들이 끝나면, 회식을 두 달에 한 번씩은 하는 것 같다. 교구별로 모임이 있는데, 특히 우리 교리교사가 고생한다는 것을 알아주는 ‘교리 교사의 밤’이 있다. 박문여고와 제물포고가 인천교구로 바뀌었었나, 인천교구 ‘교리 교사의 밤’ 행사를 박문여고에서 진행했다. 그때, 10월 22일쯤 인천교구에서 진행한 교리 교사의 밤에서 교황 대사가 왔다. 이처럼 우리가 봉사하는 것을 알아준다. 그리고 10년을 채우면 이스라엘로 무료로 몇 박 며칠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보내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되는 선까지 해보려 한다. (웃음)



가정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접한 신앙생활,

현재는 힐링의 시간으로 다가와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을 성당에서 찾아      


(처음 접한 계기로) 종교 자체에 관해서는, 내가 신이 있고 없고 진위 여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부모님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부모님이 (성당을) 다니니까 유아세례를 받고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컸다.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 성당 내에서 자랐다. 덕분에 나는 현재 자연스럽게 다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웃기게 들릴 수 있는데, 위안을 (성당에서) 얻는다. 뭘 딱히 안 해도 내가 거기 안에 있으면 편안해진다. 약간 고민이 있다가도 내가 그냥 거기의 조용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그러면서 ‘스스로 편해진다.’라는 느낌이 든다. 어렸을 때, 가는 것은 귀찮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바쁜 시간 속에서 힐링하는 느낌이 강하다. 스스로 위로를 얻고 스스로 안정될 수 있다.


무엇보다 예수를 보면, 석고상이나 그림 같은 곳에 대부분 기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콧수염 나 있고 빨간색 옷을 두르는 모습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떠나서 내가 떠올린 예수의 모습은 딱 하나이다. 어린아이인데 아주 순백에 가까운 하얀 옷을 입고 있고 밝은 미소를 지닌 어린아이. 나는 어린아이를 순수함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를 받는다. 힐링이 되는 느낌? 내가 하는 일에서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우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약간 그 안에서 있으면 고민이 줄어들어 그것이 좀 좋았다.


물론, 힘든 일이 없다고 얘기할 수 없다. 아이들이 말을 안 따르는 것도 있고 선생님들이랑 다투기도 한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도 남아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가장 큰 것 같다. 물론, 교리교사를 안 한다고 해도 미사는 드릴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에도 가장 클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한 건강한 교회공동체는?

건강한 책임을 요구하는 최소한의 규율

리더의 부드러운 대응


만약 내가 단체에 가입했다 가정하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너무 가입이 쉬우면 사람들 중에 책임감 없는 사람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은가. ‘아니면 말고’ 식의 사람이 갑자기 들어왔다 나가면 그 공동체는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따라서 공동체의 최소한의 규율은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또, 성당은 신부님이 4~5년마다 순회적으로 바뀐다. 신부님이 성당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올 때마다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몇 년간의 성당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생각을 해봤는데, 사람이 위계질서를 신경 안 쓰기보다는 적정선을 지키면서 부드럽고 유머러스하면 성당 인원이 많았다. 그러나 저번 사람은 권위주의적이고 딱딱해서 그런지 인원이 너무 없었다. 나도 싫었다. 이런 것은 영향이 큰 것 같다.


[글/인터뷰] 김도헌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신학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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