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이야기 13
집에 가는 길만 서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도 서두를 수 있다. 나도 대화를 서둘렀던 적이 많다. 그럴 때면 상대방 이야기를 듣자마자 섣부르게 판단한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이분법적 세계관에서 특정 부류로 상대방을 분류한다. 상대방의 힘든 이야기를 들으면 인생이 힘든 사람으로 판단하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상대방을 보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을 판단할까? 우리는 왜 대화에 빠져들지 못하고 겉돌면서 상대방을 끊임없이 판단할까? 모든 사람이 개별적이라면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항상 새롭게 생각을 해야 한다. 내 생각이 틀렸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선입견 없이 대화를 하는 것은 피곤하다. 아마도 과거에 우리 조상들이 빠르게 판단하지 않을 경우 생존하기 어려웠기에, 대화에 빠져들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대화하는 자신을 한 번 관찰해 보면 좋다. 순간은 속일 수 있어도, 일상은 속이기 어렵다.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대화에 녹아있다. 대화를 서두르고 있다면, 마음에 여유가 없고 고정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음에 '빈 공간'이 없다. 앎의 공간이 아니라 모름의 공간, 판단의 공간이 아니라 궁금증과 관심의 공간이 부족하다.
대화에 빠져드는 사람은 빈 공간이 있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은 생존 본능을 벗어나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그 사람에게 세상은 판단해야 할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라 배움을 줄 사람들이 모인 멋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