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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Sep 27. 2024

모래사장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한 움큼 쥐었어요.

이 모래가 내 손에서 떠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더 세게 쥐어보았지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들을

주워 담을 수 없었어요.


내 손안에 분명 있었는데,

다 흘러내려 사라졌어요.

어차피 다 사라진다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래서 모래를 손으로 만지려 하지 않았죠.


모래사장을 떠나 세상을 돌아다녔어요.

손으로 쥐어도 괜찮은 것을 찾고 싶었어요.

많은 것을 손 위에 올려봤지만,

다 손가락 사이로 떠나갔어요.


이제는 아무것도 손에 올리기 싫어졌어요.

아니, 손의 존재가 싫어졌어요.

손이 없었다면,

이런 상실의 아픔을 느끼지 않았을 테니까요.

온갖 원망을 손에게 쏟아부었어요.




어떤 사람이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바라보기만 하며

손을 나무라기만 하는 것을 보았어요.

모래를 쥠으로써 손은 손이 되고,

모래사장으로 돌아감으로써 모래는 모래라는 것을,

그 사람은 모르나 봐요.


그 사람의 마음도 모래 같아서,

나는 그 마음에 손을 뻗었지만

다시 흘러 그 자신에게 돌아가도록 놔뒀어요.

그 사람이 다시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쥘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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