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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Oct 04. 2024

무로 향하는 길

보통 예술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유’의 마음으로 예술을 한다면,

그것은 과연 창조적 행위일까?


내가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해봤자,

그것은 이미 꽉 찬 항아리에 물을 더 붓는 행위이다.


요즘 내가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아니 자연스레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유’였던 내가 ‘무’가 되는 것이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에서

가슴 깊이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걸 하는 나로,

태어나서 주어진 세계관으로 보는 나에서

내가 창조한 세계관으로 보는 나로,

결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나에서

마음으로 만족할 줄 아는 나로,

고정불변한 가치관을 가졌던 나에서

물처럼 흐르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나로,

변하길 기대하고 있다.


튼튼하다 생각했던 토대도

시간이 지나면 허술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내가 서있는 곳은 우주 어딘가에 고정된 땅이 아니라

어딘지 모를 곳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땅이라는 것이다.


존재의 본질은 무이고,

지식의 본질은 무지이다.

인간의 본질은 끊임없는 운동이며,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 안에서 세계를 만들고 무너뜨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나에게는 세계를 무너뜨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고 창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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