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지난 수요일, 9월 20일 구글이 HTC를 인수를 발표했다.고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더 명확히 하고자한다.
구글은 HTC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팀을 인수한다.
사실 구글을 아는 사람에게는 아주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도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했다가 다시 팔았던 경험이 있고, 단말기 제조회사들과 협업하여 꾸준히 레퍼런스 폰을 만들어오기도 했다. 이번에 인수하는 팀 역시 10월 4일 발표될 구글의 두번째 픽셀폰을 담당하고 부서이다. 이번 딜에는 HTC의 특허에 대한 비 독점적 (Non-exclusive) 권리도 포함된다.
이번 Deal이 가진 의미를 짚어본다.
이번 딜에서 전통적인 인수합병에 따라오는 자산 인수는 없다. 약 1.3조의 비용으로 2,000여명의 인력을 인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한 명의 엔지니어당 약 6억이 조금 넘는 비용으로, 일반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Acquihire할 때 책정하는 엔지니어당 비용의 30% 수준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와 대만에 위치한 HTC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HTC가 하드웨어 제조에 강점이 있던 회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좋은 deal인 것 같다. HTC는 앞으로도 스마트폰을 제조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현 플래그십 모델인 U11의 재고 처리를 위한 언론 플레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구글은 하드웨어 회사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 2016년 초 모토로라의 Rick Osterloh도 다시 고용했고, 새로 만든 하드웨어 디비전을 맡겼다. 그리고 몇달 후에는 첫번째 Made by Google 디바이스인 픽셀폰을 발표했고, 카메라 성능은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 최고라는 평가도 받았다.
구글은 애플과 경쟁하고자 한다. 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디바이스를 장악하려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애플이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애플의 Sir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하고, 애플 지도는 구글의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자명하다.
애플은 구글과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며 점점 구글화 되어가고, 구글은 스마트폰은 직접 제조하며 애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구글의 애플화가 조금 더 앞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폰이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 년동안 구글의 안드로이드팀과 대화를 해보면, 초창기와 달리 이제 안드로이드의 GUI가 iOS에 필적할만큼 좋아졌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각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그 위에 자신들만의 론처나 GUI를 그 위에 덧 씌우면서 모든 사용자에게 같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해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다. 본인이 삼성전자 직원인 것을 알고 있으니 직접 말은 안했지만, 각 단말 제조사들이 GUI디자인을 못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동안은 이런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제조사들과 협업하여 구글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휴대폰을 만들어왔지만, 이제는 조금 더 쉽게 더 세세한 것들까지 완성도를 높이고자 할 것이다. 단순히 완성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차별화 된 단말기를 만들기 위해 구글의 보이스 명령 서비스인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이 직접 출시하는 단말기, 픽셀에서만 제공된다. 마치 Siri가 애플의 제품에서만 사용가능하듯이.
이는 그동안 구글의 요구대로 GUI 만들지 않았거나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접지 않은 회사들에 대한 경고이기 하다. 앞으로 구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는 구글이 스스로 해결할 것이고, 제대로 된 단말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조사들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결국 경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구글이 예전에 출시했던 넥서스폰은 구글에게 유의미한 매출을 갖다주지 못했지만, 픽셀폰은 구글에게 실제로 매출과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이상적이지만, 돈을 벌어다 주지못해도 위의 제조사들에게 경고 메세지를 전달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마냥 구글에게 좋은 것만 아닐 수도 있다. 이번 딜도 반대로 삼성전자와 같은 파트너사가 빅스비와 같은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제대로 만들 동기를 제공하기하니, 각 제조사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들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이런 경우, 구글의 HTC 팀 인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15조 가까운 가격을 주고 샀던 모토로라 그리고 1.3조짜리 HTC. 2012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을 때와 지금은 목적과 성격이 다른 딜이다. 결과적으로 모토로라 인수는 특허를 인수한 성격이 더 강했고, 이번 HTC은 단말기 제조 및 판매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5년 전 구글과 지금의 구글은 완전히 다른 회사다. 시장에서의 영향력 측면, 회사의 자본과 리소스 등 그동안 구글의 힘은 더더욱 막강해졌다. 광고 및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더욱 독점적이 되었고, 안드로이드는 더욱 안정적인 에코시스템이 되었다. 여기에 스마트폰 하드웨어 강자, HTC의 축척된 경험과 구글의 막대한 자본이 만나면 중장기적으로 삼성에게도 무시하지 못할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Bixby를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맞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허둥댄다면, 구글에게 더욱 의존적인 삼성이 될 수 밖에 없고, 만약 Siri와 경쟁하기 위해 구글 어시스턴트를 갤럭시에 적용해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구글은 더 큰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비지니스에서 헛발질 했듯이, 구글도 하드웨어 비지니스에서 허둥댈까? 아니면 팀을 통째로 사들인만큼 하드웨어는 알아서 잘하는 HTC의 운영을 독립적으로 하여 오히려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