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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25. 2020

전문가를 꿈꾸는 자의 푸념

엄마 말 좀 들을걸

28시간.


회사에 있는 시간이 28시간을 달성했습니다. 모두 축하해주세요.


변방에 있는 대기업이라지만 대기업도 다녀봤고, 이제는 스타트업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된 스타트업도 다녔는데 이렇게 일한 건 처음이네요.


제안서 마감일 하루 전에 ppt를 새로 시작하면서 밤을 꼬박 새고 일했습니다.

금요일 마감인데 목요일에 다시 ppt를 작성하기 시작했으니 뭐....

목요일 회의 때 대체 무슨 피드백이 있었는지 몰라 이렇게 된 경위가 답답할 따름입니다.


새삼, 제 스스로가 아쉬웠습니다.

엄마가 어릴 적부터 전문직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그 말을 꾸역꾸역 안 들어가지고 이렇게 고생은 고생대로, 대우는 대우대로 엉망 진창인지.


아직 직업을 결정하신 분들은 꼭 유념하세요. 전문직이 아닌 직업이라도 엄청 고생합니다. 그런데 대우를 못 받을 뿐이죠 (찡긋)


이 와중에 아는 친구가 변시에 합격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땅굴 파기를 시작했죠. 누구는 변호사가 되었고 누구는 의사가 되었는데 나는 지금 뭐............ 창업해서 성공하려했는데 사기나 당했고 말이죠. 세상사 맘대로 풀리는 거 아니라지만 이건 너무 맘같지 않은 거 아닙니꽈?! (쾅쾅)


나이 먹을 때마다 느끼는 건, 엄마 말은 틀린 거 없다는 겁니다. 엄마가 대학 전공 선택할 때 유망한 거 선택하랬는데... 엄마가 전문직하랬는데.... 아주 지 멋대로 사는 게 좋은 딸은 정말 자기가 원하는 거만 선택해서 살았죠. 그래서 후회는 없는데, 좀 아쉽긴해요. 좀 들을걸!! 엄마 말 진지하게 고려 해볼걸!!!! 내가 좋아한다고 선택한 거에 인생을 바칠 것도 아니었으면서!!!!!


심지어 밤을 새고 퇴근하는 날에 다래끼를 째서 눈 한쪽에는 안대를 쓴 몰골이었답니다. 한 쪽은 안대에, 머리는 떡졌지, 몸은 피곤하다 못해 무겁지, 마침 생리까지 터져서 어질어질하지... 세상 사는 게 서럽더라구요. 울면서 집에 왔습니다. 엄마한테 한참 하소연하다가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까무룩 잠들었고요.


며칠 전에 고려대 야간대학원 입학 신청서를 냈는데, 이 상태면 혹여 학교가 오라고해도 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지금 패스트 캠퍼스도 못 들은지 며칠인데.... 어쩜 이렇게 작년, 올해는 일복이 터질 수 있을까요. 너무 터져서 생명을 단축시키는 지경이네요.


올해 목표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정확히는, 근 3년의 목표를요. 저는 무조건, 전문직할겁니다. 창업을 하더라도 전문직을 바탕으로 해 보려고요. 아니, 작년에 창업해보니까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일은 진짜 뛰어나다 못해 유별난 사람이나 성공하더라고요. 어휴 저는 그 정도 유별난 사람이 아니었고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정말 나를 갈아내야 가능한 영역...


아무튼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보고 나니까 든 생각은

 역량/스킬 하나는 제대로 만들어야 뭐라도 할 수 있겠다

그게 취직이든, 이직이든, 창업이든 말이죠. 아휴, 이런 걸 어릴 때 좀더 생각해볼 걸 왜 이렇게 말을 안 듣고 살았나 몰라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엄마 말을 이번에야 말로 잘 들어보려고요. 이번에는, 이번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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