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Aug 16. 2020

아, 예~ 예~. 제가 바로 그 실패의 달인입니다.

회사를 '또' 때려쳤습니다

누가 보면 그럴 거예요.

쟨 대체 왜 저런다니, 저렇게 끈기가 없어서 어떡하려고 하니, 회사가 다 힘든 거지 유독 저 혼자 난리네 기타 등등


아 예~ 예~.

맞슘미다, 맞고요!

틀린 내용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개복치다 보니 좀 힘들면 못 견디네요.


그런데요, 실패를 연달아 해보니까 이런 생각이 듭디다.

이런 회사와 직무를 오래 견뎌서 내가 얻는 게 없으면 왜 몸져누워가며 넘 좋은 일 시켜야 하나.

이렇게 일하다가는 골병이 나든 정신병에 걸리든 둘 중 하나일 텐데 그렇게 되기엔 이 회사보다 내가 더 아깝지 않나.


저는 제가 너무 소중해요.

슬금슬금 저한테 발 뻗어보려는 소시오패스들과 일하는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요.

둔하긴 한데, 회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고도 모를 정도로 둔하지는 않아요.

여기 계속 몸담고 있다가 Next 없을 거 뻔한데 멍츙이마냥 앉아있는 성격도 아니에요.

물건이나 던지고 욕만 하는 과장님과 평생토록 행복하시길.

7번 월급 주는 동안 10만 원씩 식대가 더 들어간 걸 못 발견하는 대단한 역량의 회사님, 아주 많이 발전하세요.

꼭 크나큰 회사가 되시길!


어휴. 정말 시간 아까워 죽겠어요.

다 경험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경험을 굳이 할 필요는 없는데 싶더라고요.

그래서 또 까먹을까봐 미리 정리해요.

혹시 이 글을 우연치 않게 보시는 분들도 회사를 고를 때 참조하시길.

누군가는 이런 회사를 거르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씁니다.


1. 회사 인원이 100명은 넘어가야 설거지, 청소 이런 기타 일을 안 합니다.


2. 본인 직무에 없는 일 시키는 게 당연한 회사는 수습 기간에 튀세요. Run!


3. 이 사업 왜 하는지, 어떻게 할 계획인지 아무 생각 없는 경영자는 당신이 하는 그 일과 그 프로젝트도 생각 없이 없앨 거예요. 사업을 하다가 시장 반응에 따라 린하게 움직여서 방향을 변경하는 것과 사업 시작 전에 아무 생각 없는 건 아주 달라요. 경영자가 별생각 없이 사업하는 곳이라면 자본금 10억 이상인 회사만 통과시킵니다.


4. 카톡 공유부터 이메일까지 컨펌하는 곳은 정치가 만연합니다. 그런 마이크로 매니징이 관리인 줄 착각하는 인간들은 독점한 권력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일하거든요. 권력 나누기로 일을 하니 거기에 기생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요. 본인이 정치질을 잘하지 않는다면 버리세요.


5. 상사의 말보다 행동을 보세요. 말로는 고생한다 하는데 직원들이 새벽까지 일하는 거 보고도 회식하자는 이야기 꺼내면 학습된 칭찬입니다. 요새 소시오패스들은 정상인인척 말하는 법도 배웠어요. 조심하세요, 사실 그들은 당신이 고생하는 거에 아무 관심 없어요.


6. 면접 보러 갔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우선 의심하세요. 만날 사람 나가는 회사예요. 면접 때 "OJT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관찰하세요. 거지 같은 곳일수록 당황합니다. 가능하다면 주말 대체휴무도 물어보세요. 제 인생에 지워버릴 그 회사는 기존 직원들이 주말 근무 수당이나 대체 휴무를 얘기할 줄 모르셨답니다^^.....


7. 언급하기 슬프지만, 월급 명세서를 안 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월급 명세서는 곧 죽어도 확인하세요.


8. 소시오패스들은 처음부터 가면을 벗지 않습니다. 그들은 천천히 본성을 드러내요. 약간 이상한데 그냥 웃고 넘기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제야 당신이 만만한 줄 알고 폭력적인 성향을 노출합니다. 처음부터 여지를 주지 마세요. 나를 지켜낼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내가 상처 받도록 내버려 두지 마세요.


9. 시니어 직급의 회사 사람들이 인맥으로 채용되었다 싶으면 그 사람들 = 경영진입니다. 경영진은 거지지만 내 사수는 아니다? 내 사수는 거지지만 경영진은 아니다? 개소리예요. 끼리끼리는 사이언스입니다.


10. 우리 회사 복지는 좋은 사람들이다, 너가 잘하면 우리는 월급을 올려줄 의향이 있다, 시스템이 없어서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등의 이야기 뜻: 너 부려먹고 월급 적게 줄 거야. 주인 의식은 계약서와 계약금으로부터 나옵니다. 내가 공식적으로 따질 수 있는 서류를 작성하고 다시 이야기해요.



어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었는데 10개나 되네요. 다 경험하면서 크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런 걸 일부러 경험하며 배우지 않아도 되면 그게 최고예요. 안 겪어도 되면 안 겪는 게 최곱니다.


모두 덜 최악인 회사 선택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전문가를 꿈꾸는 자의 푸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