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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Apr 12. 2021

Next 결제를 부르는 교육 기획

한 교육에 다 퍼붓지 않기

최근 도그냥님의 탈잉 강의 '문과생 이커머스 기업에 취업하기'를 들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너무너무너무x100 넘어가고 싶은데, 대체 뭐부터 해야하나 막막했거든요.

요새 거의 마른 장작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찡긋)

그런 와중에 운 좋게 브런치 이벤트에 선정되어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 내용도 좋고, 플랫폼도 편하고, 회사에선 여전히 할 일이 없고,

이래 저래 하다 보니 4일 만에 수업을 다 들어 버렸어요.....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산적 활동이었는데.........

아쉽습니다.

다른 거 또 들어야지(!)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실 제가 이 강의 들으면서 생각한 건 '저렇게 강의를 만들어야 되는구나'였어요. 아는 걸 한번에 쏟아내지 않고 차근차근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도 능력이구나 싶더구만유. 특히 이 부분.


강의 Depth와 Coverage는 저렇게 정하는구나

창업한다고 깝쳤을 때 파티이벤트협회 소속으로 파티스타일리스트 2급 강의를 기획하고 운영했어요. 이거 준비할 때 제일 힘든 게 뭐였냐면, 1급하고 다른데 2급만의 메리트를 만드는 거였거든요. 2급에서 배울만한 거 다 배우면 1급으로 아무도 안 가겠쥬? 그렇다고 2급이 허접하면 어떻다? 망한다. 게다가 저는 망한 교육을 받고 수료한 학생이라 제가 기획한 교육이 고따구 평 들을 거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드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뭐였나면 1급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1) 고급 재료 와 (2) 고급 기술로 만드는 거였어요. 안타깝게도 저는 고급 기술은 연마하지 못했으니 그건 둘째 언니한테 맡겨두고 ^^... 고급 재료가 아닌데 수업 결과로는 괜찮은 재료를 찾아다녔어요. 어휴 그거 때문에 수원에 고터에 뭐 안 가본데가 없는둡.. 


 도그냥님 강의를 듣다보니 '아, 그때 공급자 입장에서 교육을 기획했구먼' 싶더라고요. 내가 가진 게 뭐다, 내가 교육 수강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뭐다를 정의한 다음에 그걸 가지고 요리할 생각만했지 듣는 수강자들의 수준이나 기대 정도는 생각도 안 한 거에요. 지금 뒤돌아보니까 누군가는 '파티스타일리스트가 뭐지?'정도만 듣고 싶었을 거고 누군가는 '초보 수준의 파티 스타일링'만 원했을 거고 누군가는 전문교육을 받고 싶었겠죠. 이거를 다 잘게 잘게 슬라이싱해서 수준별, 맞춤별, 유형별로 강의를 만들었으면 내가 준비한 거로만 1년 강의 커리큘럼은 짜고도 남았겠네!!! 싶었어요. 저 그때 파티스타일리스트 교육 준비하느라 진짜 밤 새가며 공부했거든요. 지금은 기억 잘 안 나는게 함정


 도그냥님의 브오디 탈잉 강의는 이커머스 직무를 설명하는 강의에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 싶으면 직무 별로 강의가 있을거고, 그 강의도 리스너 수준에 따라 단계를 나눌 수 있겠죠. 만약 강의 내용이 좀 여러 갈래다, 싶으면 아예 커리큘럼을 새로 짤 수도 있고 커리큘럼을 새로 짜면서 연관 강의를 묶으면 그거시야말로 강의 플랫폼 아니겠습니까? 그김에 새로운 강사와 협업해서 더 크게 판을 짤 수도 있고요. 


 그니까 결론은, 강의는 내가 가진 걸 탈탈 털어 잘 정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거에요. 차별화 포인트는 재료(내가 가진 리소스)로만 가능한 게 아니라, 똑같은 리소스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걸로도 충분히 가능한 거였어요(!) 리스너는 최고급 재료의 미슐랭 식 요리를 좋아하겠지라고 함부로 재단하지 말걸 그랬어요(흑흑) 똑같은 양파라도 누군가는 스테이크 옆에 구워나온 양파보다 분식집 떡볶이 속 양파를 더 좋아한다니깐요? 입맛과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무조건 내용 꽉꽉 채운 완벽한 강의를 만들어야지보다, Depth랑Coverage를 다 분해해서 각 상황과 입맛에 맞게 핑거푸드 형식으로 만들었어야했는데 이걸 남의 강의 듣다가, 그것도 교육이 끝난 지 1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야 알았네요. (어휴)


 뭐, 그래도 괜찮아요. 저는 원래 깨닫는 게 좀 느린 사람이고 느린 깨달음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기로 결정했거든요. 언젠가 내가 강의할 기회가 있을 때 써먹으면 되죠. 내 인생 경로 보니까 사람 인생 진짜 어찌 될지 모르겠던데 혹시 아나요. 나도 어디선가, 언젠가 강의하게 될지? 그때는 꼭 저렇게 잘게 잘게 조각내서 여러 요리법으로 요리해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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