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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Jul 30. 2022

왜, 대체 왜 사야하는건데?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그 가치

지금 일하는 산업이 어디신가요? 그 산업이 뭐든 간에, 그 산업의 본질은 뭐에요?


저는 제품을 팝니다. 그것도 소비재를요. 설명을 위해 잠시 제 산업을 드러내자면 저는 식품 업계에 종사합니다. 식품 소비재 본질은 결국 '맛'이에요. 맛있어 보이냐, 맛있다는 걸 알리냐, 맛있게 먹도록 만들어주느냐 기타 등등은 다 부가적인 겁니다. 맛이라는 본질을 획득하지 않은 상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본질을 제대로, 확실하게 달성한 후에야 다른 이야기가 필요한거죠. 


어느 산업이든 산업의 본질과 핵심은 바뀌지 않습니다. 왜 아마존 제프 베조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잖아요. 10년 후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하라면서요. 네, 그러니 산업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내가 뭐가 달라도 다른데~라고 말하는 게 의미가 있어요. 


예컨대 그런거죠. 일반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중들에게 카메라 본질은 '기록'이죠. 정확히는 추억 기록이요. 그러니 일정 수준 이상을 도달하면 화질이 더 좋아진다든가하는 기술적 확장은 의미가 없어요. 차라리 더 많이 기록 가능하도록 저장장치가 크든가, 기록을 여러 군데에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공유 기능을 붙이든가, 기록을 추억으로 남기도록 찍은 사진 위에 글씨를 쓰든 아니면 스티커를 붙이든 사진 꾸미기 기능을 강화하는 게 낫죠. 


어떤 다른 점을 팔 것인가? 라는 질문은 본질을 어떤 방법으로 구현해낼 것인가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해요. '맛있는 제품을 만들었어!' 를 내 방식, 우리 방식대로 설명하는 겁니다. 'OO 재료로 맛있는 제품을 만들었어!' 'OO 기술로 맛있는 제품을 만들었어!' '우리는 OO 미션을 달성하려고 맛있는 제품을 만들었어!'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OO이 아닙니다. 맛있는 제품을 만들었어 에요. 제가 전 글에서 그랬잖아요. 달라야하는데 소비자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달라야한다고요. 그냥 다르기만 하면 안되요. 다르긴 다른데, 기본기는 갖춘 상태에서 달라야해요.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본질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획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게 기본입니다. 그 본질을 우리만의 특성으로, 우리가 딱 떠오르도록, 우리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서술하는 게 어떤 다른 점에 해당해요.


개어렵죠? 무슨 국영수는 기본으로하고 예체능까지 잘하라는 소리야... 싶죠? 보통은 그래서 본질만 집중하든가 꾸밈말에만 집중하든가 둘 중 하나에요. 본질에 집중하면 제품 퀄리티가 남과 다른, 제조 잘 하는 회사가 될거고 꾸밈말에 집중하면 마케팅 하나는 기깔나게하는 회사가 되겠죠. 제가 속한 회사는 이 두 개를 다 잡으려고 모두가 마라톤을 100M 달리기하는 속도로 뛰고 있습니다. 졸라 빡세 


본질을 찾아내려면 계속 질문해야해요. 대체  우리는 이 제품군을 소비하지? 사람들은  선택하지? 

물론, 본질을 어떻게 구현해내는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대체  이걸 해야하지?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서비스를 사야하는 걸까? 


어느 쪽이든 '?'가 들어갑니다. 즉슨, 고통스러운 질문이라는 거죠. 차라리 어떻게를 질문하는 게 낫지 왜가 들어가는 순간 머리 깨집니다. 한 번에 답이 안 나와요. 심지어 계속 변합니다. 저는 오프라인 박람회에서, 바이어랑 대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남기는 리뷰 보면서 생각이 계속 변해요. '아, 이래서 우리를 좋아하나보네? 이래서 우리를 만나고 싶었나보네?' 했던 생각이 하루만에 싹 날라가는 일이 흔합니다. 이렇게 생명력 넘치는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생각을 멈춘다면? 네, 서서히 망하는 거죠. 뭐 재수가 없으면 한 순간에 싹 망하든가요. 


그러니 우리 끊임없이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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