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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Mar 09. 2022

장사 - 신의 영역

Explain your products

"Explain your products"


제가 작년인 2021년에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Anuga라는 전시회에 참가했어요. 거기 부스를 지키고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냅다 저 말을 던져요. "Explain(설명해봐)".


아니, 이것들이.... 처음에는 뭐 이런 건방진 놈들이 다 있어 싶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저래 말하니 그냥 제가 먼저, 알아서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아래는 제가 저희 부스를 방문한 애들한테 설명하던 설명 set 1번 template이에요.


"안녕? 넌 어디서 왔어? 나는 한국에서 왔어. 우리는 한국에서 이 분야 No.1인 브랜드인데, 우리 브랜드는 어떻게 시작했냐면~ 그래서 이 브랜드 스토리가 우리 제품에 어떻게 담겨있냐면~ 우리는 그래서 뭐가 다르냐면~ 이게 어떻게 소비자한테 어떻게 다가가냐면~"


결국 그들이 듣고 싶은 내용도, 내가 들려주어야 하는 내용도 하나예요. 

우리는 다른 애들과 달라. 그리고 그 다른 점이 소비자에게 이런 방식으로 어필해.

간단하죠? 그걸 제품 모양, 질, 가격,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 레퍼런스, 파트너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할 뿐입니다. 대학생 때 흔히 사용하는 swot이라든가 뭐 4p 어쩌고 등은 다 결국 차별화 포인트를 잡아내는 방법론들이잖아요. 뭔가 달라야 해요. 


자, 여기서 질문.

지금 가지고 계신 물건을 한번 쳐다봐 줍니다. 책상 위의 노트북도 좋고요. 핸드폰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핸드폰도 좋고, 핸드폰에 붙어있는 액세서리도 좋아요. 뭐가 되었든 간에 당신이 돈을 지불하고 산 대상을 잠시 쳐다보기로 해요.

 

당신이 구입한 그 제품은 당신이 선택할 뻔했던 다른 제품들과 뭐가 달라요? 어떤 점에 주목해서 그 물건을 샀나요? 인터넷에서 샀다면 제일 싸서라든가 선호하는 특정 플랫폼에서 팔리고 있어서라는 답변이 나올 수 있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물건이 거기 팔리고 있어서, 제일 앞에 놓여 있어서 등 action plan이 추상적으로 도출되는 답변이 나올 수도 있고요. 그나마 이런 답변이라도 나오면 다행이에요. 실제론 이런 소비 심리를 트랙킹 하기조차 어렵거든요.  


제품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충 눈치채셨죠?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하는데, 달라서 잘 팔리냐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다른 점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어려운데 그다음 질문들이 더 어려워요. 그 다른 점이 ① 소비자에게 차별화 포인트가 되나? ② 그 차별화 포인트에 소비자가 설득되나? 이 두 질문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거든요.


제품을 만드는/파는 입장에선 죽어라~~ 다르게 만들어도 or 다르다고 설명해도 소비자한테 안 와닿을 수 있어요. 소비자가 주목할만한 다른 점이 맞나? 주목한다면, 얼마나 주목하나? 그래서 다른 제품들하고 다르다고 생각하나? 달라서 지갑을 열까? 열심히 다르게 만들고, 다른 점 백 번 어필해도 '아, 뭐 다른 거 같기는 한데 그 브랜드 제품이나 이 브랜드 제품이나 비슷한 거 같아요'하는 답변을 받기도 해요. 


고관여 제품은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 제품들을 요리조리 뜯어보고 분석하죠? 이 경우는 납득이라도 쉽게 갑니다. '아! 뭐를 다르게 만들어야겠구나' 하고 감이 오잖아요. 그런데 모든 카테고리가 이렇게 고관여 제품이 아니다 보니 제품 파는 입장에선 머리 싸매고 앉아야 해요. 대체 뭘 다르게 가져가야 사람들이 구입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장사의 신이 와도 100% 확률 못 이뤄요. 대신 여러 아이템들을 소싱해서 확률을 높이겠죠.


어떤 다른 점을 팔 것인가?

이 신의 영역에 속한 질문에 답만 잘 내리면, 뒷단의 '어떻게' 부분은 인간의 영역입니다. 내가 선택한 다른 점을 부각할 방향만 잡으면 되거든요. 한 마디로, 여기가 제일 난관이라는 뜻입니다. 


이 마라 맛 문제를, 제가 지금 속한 회사가 어떻게 답을 내리며 걷는지 살짝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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