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단단한 '출산육아 record box'
아이를 기다리다 보면 주변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와 언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지침의 홍수 속에서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우리의 경우, 장기간 동안 여행을 다니던 중에 아이가 생겼다.
여기저기서 귀 동냥으로 듣고 배웠던 지식과 급히 구입한 몇몇 ebook을 보며 알게된 사항들을 실천하며 나름 아이를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
일련의 조치들을 통해 둘이 아닌 셋의 여행을 보다 풍요롭게 지속할 수 있었고, 계획했던 건 아니었지만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몇 개의 필수검사를 미룰 수는 없었고 본래 계획보다 (훨씬) 일찍 귀국을 하게 되었다.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다행히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각종 출산 육아책들을 보면서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히 와닿지 않았던 출산에 대한 다큐나 서적들을 접하다보니 '자연주의 출산'이 우리 대화의 화두가 되었다.
한국은 유도분만과 제왕절개, 의료개입의 비율이 높은터라 기존에 아이를 낳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유도분만을 시도했는데 아이가 나오지 않아 2~30시간의 진통을 겪다가 결국 제왕절개를 했어."
"진통을 오래했는데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서 흡입 분만을 했는데 아이 머리에 멍이 오래도록 있더라."
"회음부 절개를 하고 통증이 2주 넘게 지속돼서 앉지도 못하고 고생 많이 했어."
등 걱정되는 말들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면 자연주의 출산은 먼나라 이야기인 것 같고 우리도 안전을 위해 의료개입을 최대한 해야 하는 건가 하는 걱정이나 불안이 찾아오기도 했다.
엄마아빠가 된다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사람은 습관의 관성으로 사는지라 인생을 책으로 공부하던 관성으로 출산에 대한 책들을 이것저것 파고 해부학적인 구조도 열심히 공부하고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자연주의 출산은 말 그대로 아이와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한 과정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이 어떻게 변해갈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엄마아빠가 된다는 건, 우리가 단단해진다는 것.
이었다. 조금씩 빛이 보이는 듯 하다.
박노해 시인의 시구처럼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잘해낼 수 있을거라 우리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3단 / 박노해
물건을 살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한 것 단단한 것 단아한 것
일을 할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사람을 볼 때면
3단을 생각한다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