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사 세계여행] 남는건 이야기 그리고 사진들 - 스페인 그라나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사전에 표를 구해야 한다.
일정을 느슨하게 짜고 다니던 우리는 정확히 그라나다에 도착할 날을 가늠할 수 없었기에 직접 구매하기로 했다. 허나 두번의 실패를 겪었고 새벽 일찍 궁전 매표소에 가서야 당일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연이틀 꼭두새벽 기상에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지만 그토록 가고 싶었던 알함브라 궁전을 포기할 순 없었다.
궁전에 입장하여 헤네랄리페를 먼저 둘러본 후 나스리 궁전을 가는 길이었다.
아름다운 정원에 매료되어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조금 지쳐있었고 새벽부터 일어난터에 오후의 따뜻한 햇살에 온몸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나스리 궁전을 보기전 잠시 벤치에 앉았다.
그런데 벤치 바로 옆에 독특한 나무가 있는게 아닌가.
가지가 잘려나간 단순 옹이였지만 난 문득 우리가 눈을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그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땐 조금 지쳐있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더 반갑게 마주할 걸 그랬다.
카메라를 꺼내 조금 무심히 사진을 찍고 나스리 궁전으로 향했다.
피곤으로 몽롱한 가운데 마주쳤던지라 감흥없이 지나쳤던 시간이었는데
그 날의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과 그 만남이 이따금 환기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