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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빗 babbit Apr 13. 2023

비가 올 때 교보문고나 롯데타워에 가 보는 건 어떨까

여섯째 날, 4월 11일 화요일

한국 여행 여섯째 날.


역시 집은 집이었다. 오랜만에 왔다고 생경한 느낌도 없었고 불편한 것도 없었다. 어머니가 출근하려고 분주한 것도, 아버지가 가끔 아침 일찍 테니스장에 갔다 집에 돌아오면서 순두부를 사 오는 것도, 별로 변한 게 없었다.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독일에 가 있는 동안 부모님은 계속 같은 생활을 하셨겠구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던데, 나의 난 자리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이러고 나서 부모님이 너 없어서 좋았다라고 하면 굉장히 웃길 것 같긴 하다.)


서울로 다시 가기 전에 눈썹 문신을 받으러 가야 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그러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약도 알아서 다 잡아 주셨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썹이 별로 없었다. 사실 털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 친구들이 팔과 다리, 겨드랑이를 열심히 제모할 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눈썹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눈썹이 없어서 학교 다닐 때 별명이 모나리자였다. 얼마나 없었으면 그런 별명을 얻었을지 조금 웃기긴 하다. (근데 사실 나는 모나리자라는 별명에 내심 흡족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린 십대 때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러진 않았다. 그냥 내 눈썹이 없어서 모나리자라는 이명을 얻었다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러면 눈썹을 그리면 되지 않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럼 대답은 딱 하나다. 얼굴에 뭘 하는 게 너무 귀찮다. 해 보려고 시도해 봤던 때도 있지만 너무 귀찮아서 그냥 다 때려 치웠다. 그래서 눈썹 문신은 나에게 아주 좋은 선택지였다. 그런 이유로 옛날에 눈썹 문신을 몇 번 받았는데 문신이 다 지워져서 불그스름한 갈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그걸 아셨는지 모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 여행하러 간다고 했을 때부터 돈도 다 대줄 테니 눈썹 문신을 하고 가라고 했다. 이렇게 다 해 주신다는데 안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눈썹 문신을 받았다. (갑작스레 생긴 눈썹에 적응하기 너무 힘들다.)


그다음에 바이올린과 어머니가 주신 반찬을 들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칼리는 어머니가 주신 반찬에 정말 기뻐했고, 지유는 내가 가져온 바이올린에 정말 기뻐했다.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밖을 많이 걸어 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실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일단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 식당은 고깃집이었는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도 팔았다. 비가 와서 조금 춥기도 하니까 따뜻한 찌개를 먹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먹은 된장찌개가 칼칼하니 정말 맛있었다. 


사진 1. 늦은 점심으로 먹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밥을 먹고 도착한 곳은 잠실에 있는 교보문구였다. 책을 사려고 간 곳이었는데 처음 도착하자마자 본 곳은 문구점이었다. 문구점에서 파는 것들이 너무 귀여워서 사실 떠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족히 40분가량 가까이 머무른 것 같다. 나는 고양이 포스트잇과 귀여운 동전 지갑을 샀다. 다른 친구들도 글을 쓸 수 있는 공책과 스티커, 키링 들을 샀다. 더 있으면 우리가(돈이) 홀릴 것 같아서 사자마자 바로 문구점을 빠져나왔다.


사진 2. 교보문구 문구점에서 살 수 있는 고양이 엽서(?)(왼쪽)과 다양한 스티커들(오른쪽).


책을 파는 교보문구는 다른 쪽에 있었다. 살 수 있는 종류의 책도 많고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굉장히 좋아 보였다. 이렇게 큰 서점에서 어떻게 모든 책을 순서대로 잘 정리하고 찾을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지유는 한국어로 된 어린 왕자 하나 샀다. 중고 서점에도 가 볼 생각이라 더 많은 책을 사지는 않았다. 


사진 3. 교보문구 잠실점.


교보문고에 갈 때 본 네이버 지도에 롯데타워가 가깝다고 해서 롯데타워도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교보문고에서 롯데타워까지 지도로 찾아가는 것도 표지판을 보고 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 사는 현지인 찬스를 쓰기로 했다. 교보문고 바깥 의자에는 한 여자 분이 앉아 계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 롯데타워를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질문을 했다. 그 여자 분은 처음에는 설명을 해 주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우리를 롯데타워에 데려다 주셨다.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부근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시간도 있는 김에 잠깐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뒤에 있는 친구들을 보고 우리가 여행 중이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가는 동안 잠깐의 수다를 떨었다. 가는 길은 길지는 않았지만, 사람도 많고 가는 길이 조금 복잡해 보이기는 했다. 직접 데려다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심지어 롯데타워에서 가 보면 재미있을 만한 층도 추천해 주셨다. 이 근처에 사는 현지인의 추천이니 그대로 실천하기로 했다. 


도착한 롯데타워는 정말 컸다. 가게들이 정말 많았다.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은 그냥 앞으로 쭉 걷다가 추천을 받은 삼 층과 오 층에 가 보기로 했다. 삼 층 한 곳에는 게임을 해 보는 곳이 있었다. 양궁이 있어서 양궁을 한 번 해 봤다. 계속 화살 쏘기에 실패하자 칼리가 부모님 집에서 많이 해 봤다며 내게 팁을 주었다. 그러자 조금 더 잘 쏠 수는 있었지만 점수가 부족해서 다음 라운드로의 진출에 실패했다. 칼리는 화살촉이 너무 뭉툭해서 그런 거라며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근데 고무로 된 화살촉이 정말 뭉툭하긴 했다. 내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얘기하지 말자.)


사진 4. 롯데타워 3층에서 할 수 있는 양궁 게임.


5 층에는 음식점들과 멋지게 꾸며 놓은 카페 상점들이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카카오 프렌즈 가게도 있었다. 귀여웠다. 더 많이 이곳 저곳을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큰 몰을 조금 돌아다니는 걸로 기가 빨린 우리는 그냥 장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사진 5. 롯데타워 5층에 있는 카카오 프렌즈 가게(왼쪽), 롯데타워 B1층에 있는 광고 배너(?)(오른쪽).


장을 보고 숙소로 오던 중 버스가 오기까지 7분이 남았길래 잠깐 떡볶이를 사 먹었다. 조금 더 매웠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달달하니 맛있었다.


사진 6. 버스를 기다리면서 먹었던 떡볶이 가게.


숙소에 가던 중 지유와 칼리는 숙소 근처 최애 빵집에 들러서 빵을 하나씩 샀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내일은 칼리와 지유가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나는 머리를 자를 생각은 없지만 괜시리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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