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의 정원이야기 Jul 15. 2020

까치무릇도, 새별오름도, 시험도, 다시 한 번!

나미래의 詩詩한 여행이야기,  4월 초, 제주도에서 시험을 치렀어요.


#까치무릇도 새별오름도 시험도 다시 한 번!


  별들이 봄밤을 깨우지 못하고 있어

  그대 이렇게 편안하지 않았던

  봄을 맞은 적이 있었던가

  꼭 껴안아 주고 싶었던

  그대의 봄은 어디로 갔는가

  그래, 그래, 잠시 쉬어가는 봄이라고

  울지 못하는 봄바람도 우리를 기다린다고



큰 비행기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이른 아침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지난 4월 초순, 제주도에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제주도를 향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들이 응시해야 했던 제주 모 국제중학교의 입학시험 일정 때문에 조심스럽게 공항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민폐를 끼치지 말라며, 시험일 전후로 1박 이상의 여행은 꿈도 꾸지 말라는 남편의 말이 아팠다. 봄이 아프니 내 마음이 더 아팠다. 제주도까지 가는데.......봄은 사라져 아팠지만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아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했다. 시험 날짜 며칠 전부터 미열이 나타나며 감기 기운을 보이기도 했다. 속이 아프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출입을 하지 않았던 소아과에 다녀오기까지 했다. 어떠한 바이러스도 편안하지 않은 때이니. 아들은 여러 많은 시험을 치러본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제2외국어 영역인 ‘영어’는 어디 보통 기만 빼앗아 갔겠는가?



소고기 수육은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다. 부드러운 고기에 부추를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아들은 지난해 늦가을부터 입학시험 준비를 했다. 그때는 코로나19도 날개를 달지 않았다. 아무 걱정이 없었다. 아니다 혹시나 합격하게 되면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에 걱정을 하지 않을수가. 아들 녀석은 2020년이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장래 목표가 나름 뚜렷한 아들은 외국 학기제 8월 입학을 목표로 독해, 라이팅, 인터뷰, 수학 시험 준비를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는 영어 입학시험 준비를 도와주었던 선생님과는 스카이프라는 앱을 통해 두어 달 함께 컴퓨터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붙으면 호기롭게 제주도로 유학을 보내면 되는 것이었고(그때는 코로나19가 이렇게 지속될 줄 몰랐다), 떨어지면 아쉬움은 남겠지만, 대세에 큰 차이가 없다고 아들에겐 말을 했다. 그렇지만 어디 그게 편안한 위로가 되었겠는가.  


  어쨌거나 아들은 2시간 동안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치르고 난 아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이런 거였어?’라며 어려워했던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알 것 같다는 반응이기도 했다. 바로 그때부터 아들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훨훨 나비가 되어 날아가듯 호기롭고 가벼워 보였다. 돌아가야 할 저녁 비행기 시간까지 어디에 있어야 하나 두 모자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사한 소고기 수육을 한 접시 먹고 아들과 내가 가고 싶어 했던 ‘새별오름’으로 향했다. 제주도 서쪽 지역이었던 KIS국제학교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었던 새별오름은 봄을 맞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연인 단위, 가족 단위로 몇몇 보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여전히 바람은 거칠었지만 봄꽃들이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들불축제 행사는 묵도하며 조용히 지나갔는지 검게 그을린 모습을 접할 수는 없었다.


까치무릇(산자고)은 보고 싶었던 야생화다. 땅에 바짝 붙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이 피었는지 졌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보기에 빠져 사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중턱에 올라서자 하얀 찔레꽃들이 바람에 낭창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흰색과 보라색의 제비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오름의 얼굴에 수를 놓아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 퍼그들 꼬리처럼 돌돌 말린 부드러운 봄 고사리들이 오름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풀벌레들의 그늘이 되어줄 잎을 키워내겠지.



출처: 산자고(까치무릇), 다음 백과사전 이미지 켑쳐


  그래도 무엇보다 어떤 여행에서도 만나기가 좀처럼 힘들었던 산자고를 만난 것은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산자고는 산에서 만난 자비로운 시어머니’라는 뜻을 가진 녀석이다. 이름을 조사하다 보니 일본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 더 널리 알려졌다. 아무래도 ‘까치무릇’이라는 예쁜 순 우리말을 더 알려야겠다. 난의 강직한 잎을 닮아낸 까치무릇의 낮은 줄기 선. 봄의 냄새를 더 가까이 맡아보려는 것일까. 봄바람에 납작 엎드려 봄을 넘어오는 산그림자와 만남을 그리워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도 그랬다. 3주 후에 발표된 불합격 결과에 말없이 끄덕였던 것. 더 낮게 내려가 다시 한 번 실력을 채워나가야겠다고 다짐하는 아들을 토닥거려주었다. 제주도도 새별오름도 시험도 다시 한 번 봐야겠다고 한다. 모두 함께 멈춘 시간은 더 귀하게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속에서 어린 아들을 더 캐어하고 건강을 책임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조심스러웠던 우리들은 탁 트인 김녕바닷가로 발을 옮겼다. 사진을 찍으며 바다 냄새를 맡고 시험 여행을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에세이 연재13. 스님과 절 마당 툇마루에서 큐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