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연 Oct 26. 2020

낙산사 템플스테이

여름이 될 무렵 날이 흐린 날. 집에만 있어 답답해 있던 때 한적한 곳으로 떠나고 싶어 친구와 낙산사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고속버스를 타고 낙산 터미널에 도착, 터미널에서 내려 산 길을 걸어서 낙산사에 도착했다. 낙산사는 바닷가에 위치한 절이다. 날은 흐렸지만 오랜만에 보는 바다에 마음이 설렜다.


낙산사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몇 가지 안내를 받은 후 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낙산사는 2005년 산불로 거의 대부분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다시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낙산사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불상이 있다. 불상을 보러 가는 길 해안가 절벽에 올빼미 몇 마리가 살고 있었다. 먼 거리였지만 커다란 올빼미 3마리가 절벽에 뚫린 작은 동굴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연에서 올빼미를 본 건 처음이라 굉장히 신기했다. 낙산사는 굉장히 커서 이곳저곳 볼 것이 많았다. 특히 해안가에 위치해, 해안가 절벽을 걸으며 산책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추적추적 비 오는 절의 모습이었다. 첫째 날에는 비는 오지 않고 흐렸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비 오는 절의 운치가 저절로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사실 비 오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올해 봄부터는 왜 그런지 봄비가 내리면 기분이 좋았다. 오히려 잔잔한 분위기가 좋아졌다.


 오전에 낙산사 카페에서 책을 읽을까 해서 가져온 책 한 권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카페로 가는 길에 보았던 풍경은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웠다. 처마에는 빗방울이 맺혀 떨어졌고 연못에는 작은 파동이 일렀다. 비를 맞아 흔들리는 나뭇잎들, 그리고 비 오는 소리, 모든 게 평화롭고 편안했다. 카페에 도착해 보니 고양이들이 테이블 위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이렇게나 평화로운 풍경이라니!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머무는 동안 휴대폰 사용 금지다. 카페에 머물던 2시간 동안 책과 다이어리, 펜 하나 들고 한참을 앉아 창밖에 비 오능 풍경도 보고 앞 테이블에 있는 고양이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었다. 얼마 만에 아무런 생각 없이 편안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휴대폰만 붙들고 살다 이렇게 휴대폰 없이 자연을 만끽하고 나니 저절로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선 그저 내 눈앞에 고양이가 사랑스러울 뿐이고 비 오는 풍경이 아름다울 뿐이다.


사진은 템플스테이가 끝난 후 다시 와서 찍었다. 화창한 날 일출을 보러 다시 와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