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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Sep 16. 2022

알밤이와 재미있는 하루

상상한 야채 케이스와 레고


당근이의 첫 번째 손을 잡고 집에 오는 길에 그만 손이 떨어져 나갔고 집에 도착한 후에는 두 번째 손을 잡고 레고를 만든다. 당근이 배속을 열었더니 당근 냄새가 난다고 한다. 당근이는 머리로 점핑도 할 줄 알고 몸을 돌돌 말아 굴러다닐 수도 있으며 알밤이 옆에서 이불을 덮고 조용히 낮잠을 잘 줄도 안다. 이 다재다능한 당근이가 '다이소'에서 천 원에 팔리고 있다니 먹고 없어지는 생물 당근도 요새는 천 원 더 하는데 평생 주황색일 <상상한 야채 케이스> 당근이의 소비자가를 보니 불멸이라는 게 생각보다 값싼 가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죽어서 잊히는 게 살아서 잊히는 것보다 행복한 일일 것이다.

<상상한 야채 케이스> 당근아~ 알방이 가 내일 되면 너를 잊어버려도 너무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알밤이에게서 잊힌 플라스틱 친구들이 저 방 안에 도봉산만큼 쌓여있거든. 너네끼리 재밌게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알밤이의 엄마인 나도 5년쯤 뒤에 부터는 알밤이 놀이 시간에 서서히 잊힐 것을 예감하지만 걱정 없다. 나도 나네끼리 재미있게 지내는 사람이거든. 그러고 보니 아까 했던 말 취소! 살아서 잊히는 게 죽어서 잊히는 것보다 낫겠다. 알밤이는 저 방 안 잉여 친구들을 잊어버렸다 뿐이지 절대 버리지는 않거든. 살아있다 보면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 다시 끄집어 내 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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