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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호텔 근무 사직서를 내다

by 콘월장금이

사실 입사한지 초기부터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당장 여행을 갈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는거에 버티고 근무 한두달쯤 됐을때는 다른 호텔에 면접을 다녀왔다. 잡오퍼를 받았으나 시급은 낮추고 할인 이벤트가 많은 곳이라 더 바빠지고 크게 만족도가 높아질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않아 거절했다. 여기나 거기나.

이번 퇴사의 메인 이유로는 일단 바디관리를 주로 하는 일이 싫었다. 스파테라피스트로 일하면서 바디관리가 싫다는게 이상할 수 있겠으나 나는 페이셜 관리를 하는걸 더 좋아한다. 곰곰이 생각해볼때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호텔 스파에 다녔겠는가..? 아니다. 라는걸 알고 있었는데 당장 눈 앞에 온 구직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호주,캐나다,영국워홀에서 밥 먹고 따숩게 잘 살게 해준 일.

워홀이 아닌 장기적으로 커리어 인생을 볼 때 나에게는 변화 또는 성장하고 공부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걸 느꼈다. 학교 졸업 후 공부는 끝, 전공으로 돈 벌자! 투자한 돈 회수해야지... ( 학자금 대출) 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배움은 꾸준히 계속 되어야 한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워킹홀리데이에 특화된 사람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됐다. 일단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고 자주 질리고 지치고 힘들어한다는 사실.

1년마다 새로운 국가에서 일하면 되는게 생각보다 더 잘 맞았던 이유가 있었다. 호기심이 많고 늘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꿈꾸고 금방 적응 잘하고 이런 나의 성향에 맞았던 것이다.

이제는 워홀은 못 갈 나이. 한 직장에 꾸준히 못 다니는 성격이니 프리랜서가 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건 현재 일이 너무 싫어서 집에 홈살롱을 차렸다. 손님이 한명이라도 온다면 그만두리라... 혹은 다른 호텔이나 클리닉에 자리가 생긴다면 그만두리라.. 아이가 생긴다면 그만두리라... 이런 손꼽은 일들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

그러다 못 버티겠어서 저런 이유 다 없어도 그냥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퇴사는 입사 얼마되지 않은 순간부터 그리고 사직서는 메모장에 3~4번을 각자 다른 시기에 적어본 뒤였다. 감정적인 퇴사는 하지말자. 여기 콘월은 일단 환경적으로 일자리가 많지 않으니 퇴사하는 순간 경제적 위협이 생길수도 있다 버텨라 버텨.... 마인드 컨트롤 하던 나 자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나를 서포트해주며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주던 젠유에 대한 미안함과 무직자가 된 뒤 상상해보는 주위의 무서운 시선이 내면의 목소리를 꾹꾹 누르고 버티게 했다.

이제는 1년이라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는데 입사 첫날부터 아니라는걸 알았고 6개월만 버텨!!!라는 젠유의 응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다.

장기근속과는 먼 사람이 나세요...

이제 주변을 돌아보면 내 나이대의 피부미용 친구들 중에 직장에서 바디관리를 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에너지 고갈인건가...

나는 피부과에서 근무했을때 피부를 나아지게 도움을 주는데 꽤나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서 여기서도 클리닉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싹텼다. 근데 이 동네에는 일자리가 없다.

일단 레이저 자격증을 따고 내 홈살롱 홍보에 박차를 가해보고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봐야될거 같다. 그래도 그렇게 버틴 덕분에 영국워홀2년치보다 더 저금을 잘하게됐다. 이건 콘월살이에서 문명과 멀어지며 자연스레 소비가 줄었기 때문일거다. 돈은 훨씬 덜 버는데 세이빙 비율은 더 느는걸 보면서 내가 런던 살면서 무슨 돈을 그리 썼었는가 싶다. 이래나저래나 큰돈은 아닐 수 있지만 당분간은 먹고 살 수 있겠지...

퇴사가 너무 무섭고 두려웠는데 그 두려움 속으로 한번 걸어가 그 실체를 바라보려고 한다. 어디로 데려다주려나 이 결정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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