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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호텔 근무를 떠날 준비를 하며

스파테라피스트로써의 삶

by 콘월장금이

나는 1년째 영국 시골호텔에서 스파테라피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적응이 여전히 안되고 사람들과는 풀리지 않는 낯가림이 존재한다. 그런 내가 웰니스 파트에서 어떨결에 혼자 근무하게 되면서 입사한지 얼마안된 이후부터 계속 이 직장을 떠날 시도를 했다. 한두달쯤 됐을때는 다른 호텔에서 면접을 봤었는데 여기서 근무하나 저기서 근무하나 비슷할거 같아서 굳이 이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직장에 다녀야한다면 최소6개월은 일해야 다음 직장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는 남편의 말이 이직의 마음을 접게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영국 시골에 살면서 인간관계도 거의 없이 나라는 사람의 세상은 남편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다. 어느덧 그의 말투도 닮아가고 무언가가 넘치거나 할 때 Too much 라는 말을 곧잘 하게 됐다. 사실 우리 남편은 그리 긍정적인 말투의 사람이 아니라 나의 명량하고 밝은 모습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근데 어느덧 우리의 시간이 흐르니 되려 내가 우리 남편을 닮아가고 있더라.

( 그럼에도 그는 좋은 사람 )


아무튼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입사 1년을 바라보는 시기가 되었다.그 사이에 다른곳에 지원을 또 하기도 했었는데 현재 근무하는 호텔과 무슨 인연인지 면접도 보기전에 떨어졌다. 먼저 퇴사한 동료가 떠나면서 이 직장은 너무 바쁘거나 아주 조용하거나 라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고 바쁘면 너무 바빠서 힘들고 조용한 날은 너무 조용해서 지루하게 버티는게 힘들었다. 전 직장이 런던호텔이었던 점과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전직장 친구들. 시골호텔과 런던호텔이 같을 수는 없을텐데 나는 도통 그 괴리감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마음을 놓고 다시금 내려놓아도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만족도 못했다.


그래서 난 조용히 퇴사를 준비한다.. 사실 그 사이에 사직서를 세번정도 쓸 일이 있었으나 차마 보내지 못했다.그리고 개인샵을 홈살롱 위주로 운영해볼까하고 준비를 하기도 했다. 모두 현재 호텔을 떠나기 위한 발버둥이다. 나의 남편 주변에는 대학교직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나 전문직 또는 금수저인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 사이에서 피부미용을 하고 있는 나는 좋게보이지만은 않는거 같다. 결혼 전에는 내 주변에 대부분이 피부미용을 하고 있으니 이정도의 세상에 만족하며 그 정도만 알고 살아도 좋았는데 나는 왜 내것이 아닌 남들과 비교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런 두려움은 직장이라도 떠나는 날에 더욱더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릴까 용기도 내지 못하게 했다. 젊은데 애는 없고 그렇다고 일도 안하고 있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말이다. 몸과 정신은 이 직장은 아니라 말하고 있는데 외부의 시선을 자체적으로 검열하고 스스로의 선택지를 막는거다.


예전에 백수일 때 썼던 기록을 잠시 둘러봤다. 백수로써의 찬양. 역시난 워커홀릭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까..노는게 제일 잘 맞는 사람은 아닐까.


왜 한군데 직장에 오래 일하지 못하고 금방 질리고 떠날 궁리를 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피부미용은 여전히 하고 있는게 한길 인생이기도 하다.


오늘은 꼭 사직서를 보낼 수 있기를 _

돈보다 중요한건 시간이 아니던가.

근데 그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까도 의문이긴하다만 일단 그만두고나야 알 일이다.



어찌할까 내 인생_

직원으로서의 삶이 정답만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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