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사로잡는 기술
한때 <이코노미조선>에 연재된 '주경야dog'이라는 만화다. 작가가 나를 그렸나보다.
1안을 보여주면 당연한 듯 '다른 거' 찾는 상사에게 "그렇다면 이건 어떠십니까?" 하고 2안을 보여주거나, 1안에 그럭저럭 만족하더라도 "그렇다면 이건 또 어떠십니까?" 하며 2안을 보여주고 즐거운 선택(?)을 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반사적으로 '반려'하는 옛 부장님께 종종 동료들과 쓰던 방법이었다.
직장인을 그린 만화라면 빼놓을 수 없는 '미생'. '미생'의 한 줄 평은 이렇다.
직장생활에선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직장에서의 정치를 정의하라면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이 아닐까.
단 몇 시간뿐이었지만 마술을 배운 적이 있다. 회사에서 이것저것을 배우는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마술을 배우는 클래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술을 배우기보단 마술을 직접 보자는 마음에서였는데,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근사한 모자를 쓴 마술사는 오자마자 화려한 마술로 동호회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손수건을 없애는 손수건 마술, 아무리 섞어도 처음에 골랐던 카드가 카드더미 맨 위에 올려있는 카드 마술, 스펀지가 하나였다 둘이였다 셋이되는 스펀지 마술을 배웠다.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소년은 친구들과 곧 파자마 파티를 해야 하는데, 마술을 보여줄 거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마술은 다 까먹었지만, 마술사가 전한 팁은 오래도록 기억한다.
1.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독심술(눈치)로 파악해야 한다.
2. 나에게 유리한 카드를 선택하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3. 무엇이든 준비와 복습은 필수여서, 충분히 연습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4. 트릭이 들통 나면 뻔뻔하거나 솔직하게 상황을 모면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섯 번째.
5. 3분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고사리손을 연신 놀리던 소년에게 이 팁은 마술 잘하는 법이었겠지만, 나에겐 꼭 직장생활을 잘 하는 법처럼 느껴지는 팁이었다. 특히 3분이라는 시간은 보고에도 중요해서, 이 시간을 놓치면 어떤 것을 보여주어도 반응은 시큰둥하기 마련이다.
한자어인 마술(魔術)의 정의는 ‘사람의 눈을 속여 신기하고 이상한 일을 보이는 재주’이고 직장 생활에서의 마술은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의 줄임말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이 마술이 있다. 카툰에서 상사에게 지적할 여지를 주기 위해 1안과 2안 그리고 3안까지 만들어주는 정성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마술이나 직장생활이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