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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Jan 09. 2024

DB RA BBANG DB RA!

말의 맛, 사투리의 맛 

사투리를 학문으로 배워본 적이 있다. 국어학개론의 한 챕터였다. 제주도의 사투리가 육지와 크게 다른 이유는 거센 바람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어는 뒤끝이 짧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대답이 '예/아니요'를 요하면, '~~ 나?'로 물어보고, 설명을 요하면 '~~ 노?'라고 물어본다. 대부분이 그렇다. '밥 먹었나?'는 가능하지만 '밥 먹었노?'는 불가능하고, '니네 아부지 뭐 하시노?'는 자연스럽지만 '니네 아부지 뭐 하시나?'는 어색하다. 드라마 <무빙>에서 구룡포가 "와, 암말 끝에다 '노, 노' 같다 처씨붙이노?"라며 "니 경상도 맞나?"하고 물어보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전라도 사투리에 익숙한 나는 푸짐한 음식을 앞에 두면 사투리가 나온다. "이런 것이 보약이제", "아따 허벌나게 먹어야쓰겠구만" 전라도 사투리는 나에게 애피타이저, 잔치나 전쟁에서 흥과 흥분을 고조시키는 북소리 이런 것이다. 


사투리는 전염이 세다. 예전 직장에서 동기가 울상이 된 나에게 '니 닦였나?'라며 달래준 일이 있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때 내 상황은 닦인 게 맞다. 그 사투리가 재미있어서 나도 오래도록 써먹고 있다. 친한 친구가 경상도 출신이었을 때 나는 경상도 사투리에 옮았고, 충청도 출신인 친구와 대화할 때면 그의 말투를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었다. 


'니 닦였나'처럼 그 뉘앙스만 알면 사투리는 어렵지 않다. 신조어도 비슷하지 않은가. 어원이야 어찌됐든 앞뒷말을 알면 해석하기 어렵지 않다. 


©hedgehog94 - stock.adobe.com

그래도 사투리 때문에 곤욕스러웠던 적이 한 번 있긴 했다. 


스무 살 적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다. 제빵 기사님은 경상도 출신이었다. 그는 도넛을 튀기려고 큰 기름통에 하얀 도넛 반죽을 띄웠다. 그는 잠깐 한눈을 팔고 자리를 이탈했다. 잠시 뒤 멀리서 기사님이 튀김기 근처에 있던 나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디비라 빵 디비라!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DB RA BBANG DB RA! 


그날 빵도, 우리 기사님 속도, 내 속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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