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등학교에서 2026년 3월이 고비인가

2025 고교학점제 1.0의 ‘폭발'

2026년 3월, 교실에서 먼저 터지는 건 정책이 아니라 수험생의 질문이다. “선생님, 이 과목 들으면 대학에 불리해요?” 그 질문이 나쁜 게 아니다. 아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이에게 ‘배움’보다 ‘유불리’를 먼저 묻게 만드는 규칙을 오래 붙잡아 왔다는 데 있다.

고교학점제 1.0은 ‘선택’을 늘린다. 하지만 선택이 늘어나는 순간, 줄세움이 그대로면 자유는 계산으로 바뀐다. 중간·기말 정기고사는 남고, 수능은 더 크고 단단한 벽으로 서 있다. 그러니 선택은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손해 보지 않으려고” 고르는 일이 된다. ‘진로’라는 말을 달고, 교실은 전략으로 채워진다.

2025년에 고등학생이 된 이들은 2026년 3월에 고2가 된다. 고2는 선택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선택과목이 늘고, 반 편성은 갈라지고, 시간표는 촘촘해진다. 그때도 정기고사가 그대로라면 학교는 ‘선택’이라는 이름의 새 전쟁을 치른다. 과목쏠림과 폐강, 성적 분쟁과 기록 경쟁, 그리고 사교육의 매끈한 손길. “이 과목은 피하세요.” “이 조합이 유리해요.” 배움의 길을 묻기도 전에, 시장이 길을 팔기 시작한다. 이게 2026년 3월이 고비인 이유다. 선택이 늘어나는 순간, 줄세움이 더 정교해지는 폭발점이 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선택이 많은 학교’가 아니다. 아이가 ‘수험생’이 아니라 ‘학생’으로 살 수 있는 학교다. 그러려면 고교학점제 2.0이 필요하다. 상대/절대의 말싸움이 아니라 줄세움의 엔진을 멈추는 전환이다. 정기고사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수업 속에서 배우고 고치고 자라는 과정을 보는 과정평가로 바꾸어야 한다. 물론 과정평가는 공정해야 한다. 기준표(루브릭)와 점검(표집점검)과 이의절차가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구호가 아니라 준비다. 줄세움의 엔진을 멈추고, 나세움의 길을 내는 일이다. 아이가 “이 과목이 유리해요?”가 아니라 “이 과목에서 나는 무엇을 해낼까요?”를 묻는 교실. 2026년 3월은 그 질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