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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queen Dec 28. 2018

‘인적성 평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평가인거죠?

‘수업 안팎에서 소통하는 교사'가 늘어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





우리 학교 학생들은 군특성화 고등학교의 특성상 대부분 고등학교 입학 전에 진로를 정해서 오거나 1-2학년 재학 중에 자신의 진로를 거의 정하게 됩니다. 


얼마 전, 3학년 학생이 제게 “선생님, 제가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하고 물어보았고, 저는 흔쾌히 도와주기로 약속했습니다. 학생들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제게 무언가 도움을 요청을 할때면 “NO.” 하는 법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 저 스스로 교사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하고, 또 교사의 인적성 평가에서도 합격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학생과 함께 부사관 인적성 평가 기출 문제집을 하나 골라 그 중에 영어 영역을 맡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공강 시간이나 학교가 끝난 후에, 그리고 주말에도 시간을 내어,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풀고, 오답 및 문제 풀이를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몸과 손이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여기에서 군부사관 및 장교 시험전형 중 공통으로 들어가는 인적성 검사는 군 간부로서 군에서의 환경에 적응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예진적(豫診的) 검사로서 치러지는 시험입니다. 적성검사는 군 간부 시험 응시자들의 적성을 검사하기 위한 자료로서, 각 개인의 능력이나 인격특성들이 군 간부로서 어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한 자료로서 사용됩니다.


사실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학생에게도, 저에게도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에 대학 입시나 대기업 혹은 공기업 등등 인적성 평가를 하는 곳이 너무나도 많고, 또 그에 맞추어 인적성 평가 문제집은 물론 평가 대비 강의를 해주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도 넘쳐나는 현실이 참 씁쓸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인적성 검사는 말 그대로 내가 인격적으로 또 나의 적성이 그 분야에 맞는지를 평가하는 것인데, 그 평가를 준비하다 보면, 제한 시간 안에 몸과 손이 반응하도록 하는 기계적인 학습이며 암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넘쳐나는 인적성 검사 교재, 강의 등오로 기계적인 학습이 강요되는건 아닌지..


미리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입학한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또 다시 고민하고, 방황하고, 갈팡질팡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준비된 평가로 준비된 사람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 과연 정말로 올바른 교육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설사 그 사람이 뽑혔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이 열정이 초심이 오래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고, 그 것이 우리 교사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진짜 나를 모른 채, 공부의 목적이 무작정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된다면... 


그 것을 가르치는 교사(교수)도 또한 그 것을 공부하는 학생도 또 그 직업을 가진 후에 그 일을 하면서도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참 많지만, 내가 먼저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를 알아야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입출국 심사를 할 때 온 몸을 스캔하는 기계가 마치 우리 학생들을 또 우리의 참 모습을 다 비춰줄 수는 없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상상도 해 봅니다. 



요즘같이 교사도 학생도 부모님도 힘들지 않은 사람 아무도 없는 이 세상에서 정말 가슴이 뛰고 심장이 뛰는 일을 하는 청년들이 있다면, 그래서 비록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꽉 찬 그런 젊은이들이 있다면, 교사로서 혹은 인생의 선배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말 필요한 조언과 진심이 담긴 이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수업 안팎에서 더 질문하고, 더 다가가고 더 소통하고 한계가 있는 인적성검사를 넘어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교사이고 싶습니다. 또 이런 교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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