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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queen Dec 28. 2018

수업이 꼭 재미 있어야 하나요?


올해 고등학교에 처음 들어와 영어 수업을 하고 있는 필자는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겨울 방학을 코 앞에 두고 배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한창 배워야 할 시기인 고등학생, 그리고 배움이 있는 수업을 해야 하는 고등학교 교사, 첫 칼럼을 쓰던 그때까지도 배움에 대한 큰 의미를 깨닫지 못했던 필자는 본인의 수업을, 본인이 맡은 영어 과목을,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기를 원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왔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평생 곁에 두고, 배움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학생들에게 영어에 대한 배움의 의지를 심어주고, 흥미를 불어 넣는 것이 그 동안의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그래서 자신의 흥미에 맞게 팝송이나 영화, 드라마, 혹은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영어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통해서 그 자체를 즐기게 되어, 굳이 시키지 않아도 학생들 스스로 그 것을 반복하면서 무의식 중에서도 영어라는 제 2 언어가 학생들의 몸에 자연스레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일본어를 잘하게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K-Pop이나 한국 드라마로 한국어를 곧 잘하게 된 외국인도 있습니다. 또 외국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한국인이 본인만의 방법으로 외국인처럼 회화를 능통하게 만든 사례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법은 저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만의 비법을 갖게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자 목표였으며, 교실 밖에서도 배움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  일본어를 애니메이션으로 배우는 등 본인만의 비법이 중요


그래서 필자에게 배움이란?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래야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고, 그 것이 배움의 첫 걸음이라 여기며 동기 유발과 학습에 대한 목표를 가지도록 애써 왔습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그 날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전부 깨어있거나, 흥미를 보이고, 재미있어 하는 반응을 보이면 기분 좋게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더 새로운 콘텐츠로 학생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고, 시대에 맞춘 수업을 이끄는 것이 필자가 학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열정의 노력이라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필자가 들은‘학생들의 행복 지수와 학습 효과는 반비례한다.’라는 말은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습니다. 필자에게 물어온 질문들을 되짚어 보면서,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에서 공부가 재미있었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공부는 공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대가 변해 하브루타 수업, 거꾸로 수업, 액션 러닝, 또 plickers와 PingPong 어플을 활용한 수업, 또 그 외에도 다양한 스마트 교육 콘텐츠를 통한 수업 자료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교육에도 혁명이 일어나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수업을 해 온 건 아닌가? 학습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질문을 강요한 건 아닌가? 협동 학습을 하면서 어떤 학생은 희생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무임승차를 하며, 최소 둘 이상에게 학습의 효과를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어렸을 때 졸려도 꾹 참아가며 저 수업은 꼭 들어야 한다며 스스로 잠을 깨려고 뒤에 나가서 수업을 들었던 나는 재미를 좇아 서 있었을까?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문득 교실 밖에서도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려는 마음이 너무 지나쳐서, 굳이 교실 안에서 교사인 내가 굳이 할 필요가 없던 것들을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실 밖의 배움을 위한 노력은 100% 기숙 생활을 하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자유 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하고, 교실 안의 배움 50분만큼은 교과에 대한 전문성에 노하우를 곁들여 학생들이 교과에 대한 지식을 더 쉽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더 오래 기억에 남게 해서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정말 학생들에게 감사한 것은,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필자의 열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학교에서 치룬 총 세 번의 토익 성적 결과를 비교해보면 전교생 평균이 지금까지 꾸준히 올라왔습니다. 


필자의 열정에 보답하려 자습을 했든 또 어떠한 노력의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이 지금까지 잘 따라와준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방학까지 남은 기간 동안 온전한‘학습을 위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직접 본인의 만족도를 물어볼 계획입니다.



‘노인에게 길을 물어도 좋다.’란 책이 있습니다. 


급변하는 스마트 시대 속에서도 오랜 노하우를 가진 나이 지긋한 선배 교사분들의 아날로그식 수업에서‘어쩌면 더 많은 걸 배우고, 더 오래 기억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직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유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내 방식을 무조건 고집하지 않는 필자는, 


그래도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본인을 낮추고 끊임없이 배움을 갈구하는 필자는, 


면접 때“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지만, 좋은 선생님을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라고 했던 필자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필자가 교직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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