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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queen Dec 28. 2018

‘왜’ 선생님을 하냐고 묻는다면, 나의 ‘왜’는 뭘까?

‘왜’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것,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지금 필자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항상 ‘꿈’을 가지고, ‘목표’를 정해서, ‘의미있는’ 학교생활을 하도록 격려하지만, 정작 본인은 오랫동안 그 이유를 잊고(모르고) 살아왔고, 그래서 어딘가 텅 빈 하루하루를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자기반성과, 또 ‘목표’가 지탱하지 못하면 체력 소진과 힘든 업무에도 쉽게 주저앉아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스스로 ‘좀 더 단단해지기’ 위함입니다. 


누군가 선생님(교수님)께 무슨 일을 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그 일을 어떻게 해내고 있느냐? 라고 방법이나 노하우를 묻는다 해도, 나름의 좋은 학급경영 아이디어, 수업사례, 생활지도 방법 등을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선생님은 ‘왜’ 그 일을 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월급이나 직함, 책임과 의무들, 노하우, 사례 등은 그 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 일을 해낸 결과일 뿐, 진짜 이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좀 더 가슴 뛰고, 좀 더 진심이 담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사로서 신념을 갖고 그에 따라 실천하는 것 또한 ‘왜’라는 질문 속에 들어있는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체력이 소진되고, 몸과 마음까지 지치고, 또 학교 업무에까지 치여 학생들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다고 느껴질 때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하고, 슬퍼지곤 합니다. 그래서 이대로 ‘왜’ 없이 가다가는 머지않아 정서적 에너지마저 모두 고갈되어 쓰러지면 어쩌나 겁이 난 적도 있었고, 또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체력 고갈과 정서적 소진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웃으면서 이 길을 계속 가려면 더 늦지 않게, ‘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여기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당신이 ‘왜’ 교사가 되었는지, 교사가 된 의미는 무엇인지?


당신은 ‘왜’ 가르치는 일을 하는지, 이 일을 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왜’는 ‘희망’, ‘꿈’, ‘가슴’, ‘직관’, ‘영감’이 주는 것입니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중...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특히 그 일이 직업이라면, 일의 방법과 결과, 이익보다는 그 일을 하는 이유, 즉 ‘왜’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고 그 해답을 가슴 속 깊이 품어야만 끝까지 ‘롱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왜’ 속에 그 일(직업)의 의미가 있고, 스스로 그 의미가 가치 있고,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이 반응하고, 그 것을 지속(반복)시키는 힘(이유)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누군가 필자에게 ‘왜’ 선생님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가르치는 일이 내 삶을 성장시키고, 내 삶에 기쁨을 주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필자가 교사직(선생님)을 그만둘 때는, 교사로서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가르치는 일을 통해 필자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때가 아닐까하고, 감히 상상해 봅니다.  



직업이라 함은, 적어도 교사라는 직업은 하루, 일주일, 한 달 혹은 1년처럼 단기간에 무언가 큰 것을 이루어 내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또 그런 기적 같은 일은 학생, 교사, 학부모 세 사람 모두의 힘과 노력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또 그 노력이 빛을 발할 때만이 일어날 법한 거의 드문 일입니다.   


그래서 필자에게 ‘교사’란, 평생 가슴을 설레게 할 큰 의미를 가진 거대한 프로젝트와 같은 과제이기 때문에, 당장 오늘의 실패나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실패 혹은 실수 그 자체는 평생을 놓고 보면, 하루만큼의 과정 혹은 오늘 걸은 한 걸음 정도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안고 갈 큰 프로젝트를 떠맡은 이에게 매일매일 일어날 수 있고, 또 생겨날 수 있는 실수나 실패마저 포용하거나 용납해주지 않는다면, 그 과제를 제대로 끝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필자는 요즘 평생을 끌고 갈 큰 과제(교육자로 살아가기)를 마음 맞는 여러 교수님(선생님)분들과 함께 만든 ‘미래융합학회’라는 모임 안에서 조별 과제를 하는 마음으로 서로 돕고, 나누고, 공유하면서 같이 걸어가는 지금이 참 든든하고, 힘이 됩니다. 예전의 조바심 났던 그때의 필자와는 달리 여유도 생겨나 설사 오늘 당장 교실에서 필자가 기대했던 만큼 수업을 못했어도,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부족함이 느껴지더라도 자책하지 않을 만큼 반성하고, ‘그래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괜찮다는 사탕발림의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현실에 타협하거나 혹은 주저앉거나 하는 그런 안일한 생활을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필자는 열 번의 실패에도 다시 또 일어나 결국에는 더 큰 사랑으로 학생들의 손을 잡으며 계속해서 교사의 길을 갈 것이고, 또 그것만이 교사로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목을 바꿔 말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다’는 말이 됩니다. 


다시 말해, 좀 더 나은 미래와 그런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크고 작은 무언가를 시도해야 하고, 그래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이런 저런 시도 속에서 실수나 실패를 맛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필자에게 오늘은 내일의 ‘나’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나침반’이고, 변화를 위한 ‘발판’이며,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입니다. 지금 당장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더라도 평생을 놓고 보면 값진 오늘이기에 실수와 실패도 덤덤히 받아들이고, 내일 또 다시 웃으며 교실에 들어설 것을 다짐해 봅니다. 



때때로 필자도 학교에서, 교실에서 상처도 입고, 또 어떤 날은 ‘내’ 상처가 더 아파서 학생들의 마음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 바늘 하나 조차 꽂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힘이 들 때는, ‘내’ 마음조차 감당하기 벅차고, 또 너무 아파서 학생의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를 차마 내어 줄 수가 없습니다. 


그 때 어느 선배 교사께서 “그럴 때는 멈추고, 누구보다 먼저 상처 받은 나를 안아 줄 여유를 가져야 한다. 교사는 본인 안에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주고, 본인 안에 있는 거울에 비추어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래서 교사는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내 영혼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때때로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는 내 안에 행복한 마음, 넘치는 사랑을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 에너지가 결국 아이들에게 가는 밥이 되고, 내 에너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거울처럼 무언의 가르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교사로서 ‘잘’, ‘오래오래’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사와 학생이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 서로 ‘공감’하고 ‘소통’을 하며, ‘가르치는 사람이 성장할 수 있고, 기쁨을 느끼는 일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왜’라는 물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What’이나 'How'가 아닌 'Why'라는 물음만이 가슴의 대답을 이끌어낼 수 있고, 가슴을 울려 학생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도록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왜(Why)’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이유’ 있는 물음입니다.    


교육은 가끔 하는 이벤트가 절대 아닙니다. 


매일매일 보이지 않는 콩에 ‘믿음’이라는 물을 주고, 그 언젠가 모두가 콩나물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모두가 콩나물이 될 행복할 그 날을 상상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또 매일매일 ‘믿음’이라는 물을 줄 것을 가슴 깊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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