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하 Feb 22. 2023

#12

의식의 흐름 기록 :  소명 같은 것

# 뾰족한 무엇 > 딱딱하게 굳어서 > 마음의 걸림 > fan > 소명 같은 것 


어릴 때 뇌리에 박힌 뾰족한 무엇이 주는 쾌락에, 가능성이란 망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다시 녹음실로 돌아가고 싶고 음악을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게 사실은 또다시 가능성이라는 환상에 갇힌 게 아닐까.


이것도 무언지 모르겠다. 회사를 다니게 될 때마다 내가 딱딱하게 굳어서 모든 장기가 멈추어 버리는 것 같은 것은 느낌.


다음 스텝으로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게 되던, 다시 이직을 하게 되던 마음에 걸림이 없는 상태로 시작할 수 있도록 명상을 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명상과 긍정확언을 한다. 

걸림이 없는 인생은 없다. 장애물이 없던 적이 없다. 사는 것 자체가 장애를 안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걸림을 마주치면 없어야 하는 데 있다고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다. 걸림을 만나면 아 그렇구나 할 수 있길 바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누군가의 수많은 Fan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전에 꾸었던 꿈 때문에 누군가의 팬이 되면 꼭 그쪽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처럼 하고 싶어 한다. 부러워한다. 그건 다 대리만족일 뿐이다. 현실이 아닌 망상에 다시 슬퍼질 뿐이다.

가능성의 늪을 그리워하는 끔찍한 일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그저 지구상의 여러 팬 중 하나일 뿐이고, 그 감정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든다. 참 많이 겪었다. 그런데도 또 반복한다. 팬일 뿐이다. 특별하지 않다. 


내 인생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꿈. 가능성. 그게 나의 전부였으니까, 그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고 믿어왔었으니까. 마치 소명처럼 느꼈으니까. 믿었으니까. 이만큼 미련이 남는 것도 이해는 간다.

앞으로 그러한 이상을 꾸지 못할 것 같지만 또 모르는 일 아닌가. 내가 나를 한계 짓는 짓도 못할 짓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잠겨있는 물웅덩이 같은 것이다. 가라앉아있을 때는 위는 맑은 물 같으나 휘저으면 온갖 악취가 떠오른다. 어쩌겠는가. 휘저어서 다 건져내야지. 나쁜 기억과 망상 말고 내가 열심히 했던 것만. 그 추억만 갖고 가야지. 조금 질척거려도.. 너무 나를 미워하지 말자. 너무 몰아세우고 자책하지 말자. 




최근 아침 명상과 긍정확언을 하며 가능성이라는 환상에 갇혀있던 게 맞다고 결론 내렸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회사를 다닐 때 딱딱하게 굳는 건 꿈을 꾸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할 때는 꿈을 꾸었으니까. 하고 싶은 음악이 있고 서고 싶은 무대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디자인에서 그러한 꿈을 찾을 때가 된 것이다. 내가 무얼 잘하는지, 무얼 잘하고 싶은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등등.

매거진의 이전글 #1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