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는 여러 단계가 있는 것 같다.
20대 초반 나의 최대 호기심을 고르라면, 단연코 ’아르바이트‘였다. 카페에서, 호프집에서, 에버랜드에서, 레스토랑에서, 키즈카페에서, 편의점에서, 관공서에서, 핫플에서, 옷가게에서, 영화관에서 다 일해보고 싶었다. 그 세계는 어떨까? 우와, 그 일은 어떨가? 저 사람들 되게 즐거워보이고 멋있어보이는데 나도 그 일원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그 호기심이 나를 이끌어 이곳 저곳에서 일하게 하고 경험하게 했다.
그 이후에 새로이 생긴 호기심은 인스타툰 작가로서의 호기심이었다. 우와, 어쩌다 팔로워가 이렇게 많아져서 새로운 기회들이 오네? 사람들한테 강연도 해보고, 인터뷰도 해보고, 여기서 전시도 하고, 저기서 팝업도 해보고, 와인 가게에 내 캐릭터 메뉴판도 둬보고, 연예인이 그걸 소개하기도 하고, 내 캐릭터로 카페를 꾸미기도 하고. 일러스트페어를 아주 큰 꿈인 줄로 여겨왔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와 세상이 나에게 주어지고 펼쳐졌다.
어느덧 작가로서의 호기심과 목표가 어느 정도 충족이 된 지금, 나에게 또 다른 호기심이 채워지고 있다. 그건 바로 세계. 와, 영어로 말하는게 그렇게 두렵고 무서웠는데 지금은 웬걸?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고 안부를 묻고 싶다. 그 나라 사람들은 어떨까? 저 나라 사람들은 어떨까? 그 친구들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 이 친구들에게 삶의 최대 가치는 뭘까?
호기심을 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는 이전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호기심이 끊임없이 차오르고 있었다. 과거의 내가 궁금해하며 추구하던 걸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할게 아니었다. 그것들은 이미 다 충족됐으니 다음 호기심으로 넘어가라는 마음의 신호였다.
끊임없이 나만의, 나만의, 나만의 호기심을 찾으라는 신호. 아쉬워하지 말고, 과거에 매이지 말고, 새로운 호기심과 페이지로 기꺼이 발을 내딛으라는 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