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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앞바다가 보내는 노래

by opera

내 마음은 얇은 습자지

너의 한마디에 온몸은 갈기갈기 흔적도 없이 풀어져버린다

나는 원래 그런 종이였더랬다

너로 인해 그립고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는 원래 얇디얇은 종이였어라.

거친 바람 세파 속에서도 버티어 온 세월이 오히려 신기했을 뿐.

산산이 풀어져 버린 마음은, 원래 조각나 바스러진 낙엽이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너로 인해

잠시나마 푸르른 하늘로 합체되어 팔랑거리는 초록의 꽃잎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푸르도록 빛나게 세워준 너는,

내가 살아 있음을,

바라보는 너로 인해

쿵쾅거리며 요동하는 가슴을 느끼고

밤늦도록 기쁜 환희에 온몸을 흔들며 춤출수 있는 영혼이었음을 알게 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알려고 해도 안된다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

결국에는 나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드러나지 못한 발짓들, 사그라져버린 수많은 잔상들...

흘러가 버린 시간 속에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바라보는 네가 있기에

나는 빛날 수 있었고 아우성칠 수 있었고

온전한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것이다

내가 그렇듯이 너는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나이 듦의 징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너에게로 흘러가버린,

수 백, 수 천년 면면히 이어온

나의 정기는

아직도 익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기라도 듯,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이 있듯이 말이다

부딪혀 아프다고 소리치는 나의 갈라진 목메임조차

네게로 가서는

아름다운 파도의 메아리로 전해지듯,

너도 이제야 익기 시작하는 중이라 깨닫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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