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가을맞이 단풍구경 겸 정말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했다. 막학기 학교는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은 조감도만 봤던 모습이 실제로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했다. 아! 학교가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이었다니.
학교 다니는 시기가 가장 좋을 때라고 말하는데 나는 대학생 시절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던 고등학생때와는 달리 대학생은 스스로 방향을 결정해야 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그냥 사회에 던져진 철없는 남자 어른아이에 불과했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뭔가를 결정하고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나의 적성도, 내가 좋아하는 것도 뭔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당시 나는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스무 살 평생 인생에서 큰 실패가 없었을뿐더러 학교 명성을 보고 가족과 친지들이 내게 거는 기대가 작지 않았다. 지금껏 성공 밖에 없었던 내 인생에서 실패로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을 실망시켜선 절대 안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꼭 이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또 실패를 해선 안된다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세상 밖에서 다양한 걸 경험해봐야 하는데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세상 밖으로 발 한 짝 내밀지 못했다. 웅장한 학교 건물을 바라보며 내가 가진 능력이 초라하다며 현타만 반복했다. 동시에 내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뭔가를 이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은 조급해졌다. 걱정과 초조함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끊임없이 실패를 겪고 있는 요즘은 옛날의 고민들이 후회가 많이 된다. 걱정하고 고민할 시기에 더 치열하게 부딪혀보면 어땠을까. 창피함은 한순간일 뿐인데 나는 거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어 시간을 허비했다. ‘아! 많이 배웠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냐’ 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배짱이 그때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 전경을 좀 더 만끽하면서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과거 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단풍 구경이었다. 그래도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 앞으로는 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