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그 씁쓸함
‘에라 모르겠다.’ 하며 살고 싶지만 우리네 인생이란 게 모르쇠로 단순히 치부하기엔 신경 써야 할 생각 더미들이 가히 주말의 번화가 속 인파와 같이 가득했다. 운이 없게도 네 번의 계절을 반복하는 목마의 회전이 한 번, 두 번 늘어날수록 내 인생의 생각 더미는 몸집을 거대하게 부풀려가며, 어린 시절 본능에 이끌려 행동하고, 생각하곤 하던 ‘본연의 생각’ 자리를 좁혀갔다. 우리들의 인생이 그렇고 그랬다. ‘성인’이 된다는 건 마냥 아름답진 않았다.
ㅡ
대개는 청소년기에 ‘학생’이라는 담장 안에서 자라났다. 우리들의 신분이 그렇고 그랬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 ‘문제가 많은 학생’,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 ‘예술을 좋아하는 학생’ 등 어떠한 행동에도 ‘ㅡ학생’이 이름표처럼 붙었다.
ㅡ
성인이 되며 사회인으로서 우리의 신분은 사회적 기준으로부터 상하좌우 뿔뿔이도 흩어졌다. 일찍이 회사에 들어간 A와 명문대학교를 진학한 B, ‘실업자’의 신분이 찍힌 C 등이 그랬다. 그와 함께 우리는 취업을 향해, 사업을 향해, 일정한 벌이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스펙, 정해진 길, 돈을 버는 법 등을 배우며 경쟁했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성인이 되면 자율적” 이라는 포장지 안에 든 선물이었다.
ㅡ
우리는 그랬다. 낼 돈은 많지만 쓸 돈은 없었다. 높은 벽을 실감했을 때 한없이 무너져 내렸고, 내가 좋아했던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돈 관계’라는 용어를 깨달았으며 시간의 흐름과 ‘도전의식’ ‘용기’는 반비례했다. 사랑의 씁쓸함을 생각보다 컸기에 우리는 그럴 때면 술을 마시며 또는 순간순간의 희망과 행복에 웃었고 보통 그 순간순간의 것들은 오래도록 곱씹어야만 했다.
ㅡ
어른들은 꿈이 무엇이냐고 묻기보단 무엇을 하냐고 보통 물어봤다. / 성공한 예술가는 자신이 노력한 과정을 인터뷰를 통해 풀어놨고 박수를 받았다. 그는 ‘성공한’ 예술가였다. 결과가 박수받지 못하면 과정은 세상에 드러나지 못 했다. / 부와 명예는 전혀 별개의 단어가 아니었다. / 계절의 목마가 회전할수록 연애와 사랑에 대한 열정과 용기는 수그러들었다. 아니, 먼저 시간이 줄었다. / 미래를 위해서 어느 정도 대인관계의 포기는 불가피했다. 미래를 위한 건 현재를 위한 것임에도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그것만이 정답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극히도 사회의 주관적인 범주가 객관적이며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