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활기찬 곳이었다.
2010년 8월,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FIT)에 합격한 이후에
기숙사 신청을 하고 뉴욕으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날아갔다.
아끼는 막내딸이 혼자 뉴욕으로 간다는 생각에
공항에서 우리 엄마는 약간 훌쩍였던 것 같다.
약 14시간에 걸려 도착한 JFK공항은 생각보다
너무나 작았고 더러웠으며 어두컴컴한 느낌이었다.
덥기도 했고 뭔가 쿰쿰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택시를 타고 뉴욕 시티로 들어가는
창밖 풍경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FIT는 맨해튼의 중심지에 있는 학교인데
워낙 땅이 비싸고 작다 보니
한 애비뉴를 차지한 건물들만이 학교 "캠퍼스"라고 했다.
뉴욕에 위치한 다른 학교들은 건물이 모두 떨어져 있는 경우도 다분하다.
예를 들어 내 친한 친구가 다녔던 Parsons 패션 학교는 건물들이 워낙 떨어져 있어
"캠퍼스"가 있는 FIT학생들을 부러워하곤 했었다.
FIT에는 기숙사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신청하는 기숙사에 모두 합격이 되진 않는다.
난 다행히 가장 좋다고 소문이 난 Alumni Hall에 신청한 게 받아들여져서
방 두 개, 화장실 하나, 부엌 하나가 딸려있는 방에서
외국인 룸메이트 3명과 함께 살게 되었다.
처음 보는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힘들다는 걸 저때 정말 뼈저리게 깨달았다.
매일 샤워하는 시간도 눈치게임이었고,
다른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이 내 방에 와 있으면 눈치도 보였으며
한국음식을 방에서 먹는 건 상상도 못 하여 봤다.
그래서 난 항상 옆 건물, 다른 기숙사에 사는 한국 친구들 방에서
밥도 먹고, 낮잠도 자며 지내곤 했었다.
첫 며칠간은 오리엔테이션 스케줄밖에 없어서
거의 뉴욕 탐방과 친구 만드는 게 전부였던 나는 그저 행복했었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뉴욕에 내가 살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