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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Oct 27. 2022

상황을 인지하는 방식

직장인의 슬픔과 기쁨

7월, 인사발령 이후 나는 잘하고 싶었다. 얼른 잘해서 인정받고 싶었다. 나와 같은 과로 같은 날에 발령받은 팀장님과 동료는 일을 엄청 잘한다고 소문이 나 있는 사람들이었다. 첫날부터 주눅이 들었다는 게 맞았겠다.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던 듯.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일이 재밌기도 했다. 지금 하는 일이 환경과 관련된 일이라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간헐적이었지만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늘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꼼꼼하고 능력 있는 팀장님은 겪으면 겪을수록 '와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분이셨다. 실무자처럼 열심히 일하셨지만,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었다. 그런 팀장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더 꼼꼼하게 봤고 이게 맞는 건가? 늘 물었다.


하지만 처음 맡는 일에다 꼼꼼하게 보려니 일거리는 더 늘어나고 자꾸 발생하는 민원 때문에 점점 힘들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매일 두려워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왜 두려운지도 모른 채 어떤 문제가 발생되기만 하면 두려움부터 앞섰다. 일이 해결되기 전에는 기분이 축 처져있을 정도로.


나는 두려움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일단, 빠져나오자!라고 마음먹으니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이 내게 길을 알려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 자꾸 깨달음을 주더라.

오늘도 '마음 챙김'이란 책을 읽다가 머리를 띵, 하고 때리는 구절을 발견하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우리 밖에서 벌어지는 일, 즉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요인이 아니라 그 요인을 인지하는 방식이 괴로움의 정도를 결정한다.'(마음 챙김, p.173)


스트레스 요인이 아니라 그 요인을 인지하는 방식이 괴로움의 정도를 결정한다고.

마음 챙김 책을 읽으면서 내 상태를 계속 살피니, 내가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인지하게 되었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반응하는 나 자신 때문이라는 걸 깨달아가고 있던 차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주 꼼꼼한 팀장님의 시선을 탑재하고 있었고 그게 내 시선이라고 생각을 못할 정도로 바빴다. 내가 쉽게 생각하면 됐는데 혼자서 계속 동동 발을 굴린거다.


나 스스로 혼자서, 어떤 상황이든 힘들다고 인지하고 괴로움을 유발시킨 꼴.



지금은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도 문제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으니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마음근육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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