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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Dec 26. 2020

때때로 하이쿠 <111>

2020년 12월 26일











 참새 까치 꿩

 창밖을 바라보다

 성탄도 갔네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창문 앞에 서있을 때가 많습니다. 창문 바깥으로 밭이 하나 있는데 보통 고구마를 키우고 요즘은 수확이 끝난 이후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고구마밭을 산책하는 새들이 많습니다. 참새 까치 꿩 산비둘기 등... 참새는 보통 두 발로 폴짝폴짝 뛰어다니더군요. 까치도 두 발로 동시에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양 발을 번갈아 가며 걸어 다닐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꿩은 보통 걸어 다닙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사고(?)는 제가 창문을 무심결에 활짝 열 때 일어납니다. 창문 여는 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이 중 몸집이 제일 큰 꿩입니다. '푸다다다닥~!!'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데 그 날갯짓하는 모습이 어찌나 서툴고 한 편으로는 필사적인지, 꿩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도 방정맞게 보여서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는 연쇄반응처럼 근처에 있던 까치와 참새까지 날아오르게 되지요.


 이번 성탄은 장을 보러 나간 것 외에는 종일 집에서 보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음식을 만들 기회도 많아지는데 이제 된장찌개는 제법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과 갓 지은 밥을 먹으며, 그리고 종종 창밖을 바라보다 보니 2020년의 성탄도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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