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건수 Jan 13. 2021

때때로 하이쿠 <113>

2021년 1월 13일











 쌓였던 것은

 모두 녹아내릴 때

 햇볕 속에서




 이제야 좀 한낮에 창문을 열어둘 만한 날씨가 된 것 같습니다. 제주에 내려온 지 5년째, 해안가에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도 처음이었고 세탁기 호스가 얼어서 뜨거운 물을 붓고 부어 녹여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겨울에도 웬만해선 틀지 않던 보일러를 3일 연속으로 돌려본 것 또한 그렇구요.


 새해가 되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휴업이 계속되고 있고, 확진자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요. 추위에 몸은 움츠러들어 있었고 마음속에는 여전히 해묵은 근심과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모처럼 창문을 열고 물걸레질을 하는데 방안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바로 그저께까지만 해도 새어 들어오는 찬바람을 막으려고 모든 창문을 꼭꼭 닫아두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어느새 집 앞에 쌓여있던 눈도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이제 쌓이고 얼어붙었던 것은 녹아내릴 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하의 날씨에 녹지 않았던 눈뿐만이 아니라 얼어붙어있던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추위는 다시 또 찾아들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반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입니다!






#열일곱자시 #시 #하이쿠 #정형시 #계절시 #새해 #코로나 #눈 #추위 #제주 #일상 #순간 #찰나 


작가의 이전글 때때로 하이쿠 <1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