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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베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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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Aug 26. 2022

2022년 8월 3일

방학

드디어 방학의 시작이다. 어딘가로 떠나기 전 준비해야 할 일들을 천천히 하는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 눈 뜨자마자 산책하자고 하는 베라도 이 더위에 지치는지 눈을 감고 들었던 빗소리가 그친 8시쯤 벌떡 일어나, “쉬하러 가자!!”해도 도무지 일어나질 않는다. 이따 가자는 마음으로 잠시 두벌 잠을 청했는데, 둘 다 점심까지 꼴딱 자버리고는 느지막이 나왔다. 


비 때문에 선선하지만,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다. 산책 코스에는 지겨움 구간, 쉬똥 구간, 신남 구간이 있는데, 오르막길을 지나 숲에 다 달아 늘 싸는 곳에 가서 해결하고, 배설의 쾌감을 안고 오솔길을 같이 신나게 뛰어 빵집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할 것을 사 집으로 돌아와 같이 아침을 먹곤 한다. 오늘은 늦은 점심이 되었고, 숲 바닥에 떨어진 잎들이 만들어내는 여름의 패턴을 찬찬히 구경하다 낮의 열기로 둘 다 축축해져 돌아와선 개운하게 목욕을 했다. 그리고 베라의 북슬거리는 털을 직접 정리해주기 시작했는데, 도구가 점점 더 갖춰질수록 미용한 베라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한결 가벼워져 다듬고 쉬었다 또 다듬었다. �


슬렁슬렁한 여름날이라니, 쉼 없이 일하던 두 달동안 바라던 그런 하루였다. 물론 베라는 둥둥이를 만났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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