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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베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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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Aug 26. 2022

2022년 8월 1일

엄마

밤새 잠을 설치며 준비한 중요한 미팅에 다행히 베라도 데려갈 수 있었다. 어딜 가나 베라를 반기는 분위기는 한결 마음을 편하게 한다. 또 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는 나는 개의 대소변만 걱정할 뿐, 개는 차분히 지루한 얼굴로 일하는 등을 바라보며 잘 기다린다. 어디서든 잘 기다리는 조용한 아이는 사실 아이가 아니다. 이 동물의 생물학적 발달과정으로 보면 이미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 여러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리라 추측만 할 뿐이다. 그럼에도 어려울 때, 곤란할 때, 불안할 때 달려오는 개의 불안한 눈동자를 보면, 자연스레 “이리 와, 엄마한테 와.”라고 말한다. 엄마란 무엇일까. 영원히 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먼저 늙어 품에서 죽은 존재가 마음속에 셋이나 된다. 8월 첫 날도 무진장 일했고, 다행히 선선한 밤이 와 차분히 사람들을 기쁘게 하며 기다려준 개와 함께 실컷 천변을 걷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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