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언니들과 일과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일 이외에는 주로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이야기.
명품 보석, 수입차, 럭셔리 패션 브랜드, 해외 갤러리의 프라이빗 오프닝 등 평상시 관심이 도무지 없지만, 음식, 문화, 아트와 이벤트라는 키워드로 내게 들어오는 일들을 마주하는 기분이 묘하다.
사실 내 관심 없음이 비치는지, 다른 분야에 비해 자주 들어오는 편은 아니다. 이런 분야는 대게 많은 체계와 검증, 품평을 토대로 준비되기에 아티스트처럼 일하는?, 즐거워야 몰입하는 내 성향에 맞지 않을 때가 잦아 몸이 아프기도 하다. 몇 가지 일들은 입안이 온통 헐어버렸다. 이런 점이 문제라고 서로 지적하며 깔깔거리지만 바뀔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늙고 있다.
코로나 공백이자 숙고와 애씀, 안달복달의 2년 반을 포함해 행사 진행으로 9년을 채워가는 8년 차지만, 분야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즐거운 부분이 있다면 일을 했고, 많은 일에도 통장이 두둑하지 않은 건 크고 작은 둔턱을 넘어야 해서, 또 작가처럼 일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억지로 바꿀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도. 스스로 사업가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도 깨닫고.
어제의 숙취로 더 그런지도 모르지만, 평상시보다 많은 문의들에 응답하는 일에서 쓸쓸함을 조금 더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란 무얼까. 따뜻한 개와 고양이, 간결한 문장과 좋은 날씨, 기분 좋은 술 한잔, 거창하지 않은 것들의 편안한 조합, 전시장 오프닝에서 만난 수줍음이 많고 수더분한 젊은 작가와 그가 만든 작품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 좋음 같은 것이 생각나는데, 그런 것을 생각하며 일을 하는 것 같다. 좋은 기운의 사람이 일을 계속하게 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