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 우울에 잠식되어 하루종일 지쳐있었던 지난 8월의 어느 날,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순 없겠다 싶어서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광화문 교보문고. 언제나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애정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나는 '무정형의 삶'을 만났다.
그날 '무정형의 삶'은 교보문고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세로형태의 책에 가로형의 표지가 인상적이었던 책. '무정형의 삶'이라... 제목부터 무슨 뜻일지 너무 궁금했다. 책의 뒷면을 돌려 보니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다.
"참 오래 걸렸지, 이 모양의 나를 만나기까지"
"참 만나고 싶었지, 이토록 낯선 나를"
낯선 나. 요즘 나의 고민과 많이 맞닿아있는 워딩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껏 살아온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나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재의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구매했다.
'무정형의 삶'은 작가가 프랑스 파리를 두 달 동안 여행하며 기록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단순한 파리 여행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내가 본 이 책은 작가가 파리에 보내는 낭만적 러브레터다. 김민철 작가는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로망의 종착지인 파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두 달 동안 여행과는 다른 촘촘한 일상을 보내다 돌아왔고,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이 다른 파리 여행기와는 다르게 느껴진 건 작가의 찐사랑이 가득 담겨서이지 않을까. 사소한 일상에서도 작가는 행복을 찾았고, 아름다운 텍스트들로 그 마음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좋은 문장에 열심히 줄을 그었다. 정신없이 긋다 보니 거의 모든 페이지가 색칠되었다.
치즈 가게에서 만들어준 치즈 플레이트를 보고 "이 사랑의 색깔은 명백히 노란색이었다"라고 표현하거나, "내가 만들어낸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라는 자신과 파리를 향한 찐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문구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을 느꼈다. 김민철 작가가 파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이런 도시가 있다. 미국 뉴욕. 나는 뉴욕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대학생 때는 겨울방학이 되면 뉴욕을 찾아갔다. 활기가 넘치는 도시, 높은 빌딩숲과 그 가운데에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는 자연의 언밸런스한 매치, 눈이 즐거워지는 패션의 도시. 뉴욕의 모든 게 나를 설레게 만든다. '무정형의 삶'을 읽으며 나는 또 한 번 뉴욕에 대한 열정이 타올랐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도시가 있었기에 작가의 마음을 뜨겁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언젠가 뉴욕에서 여행 보다도 촘촘한 일상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떤 문장들이 나를 기다릴지 기대됐던 책. 가슴 설레는 가을을 즐기고 싶다면 '무정형의 삶'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