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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Oct 27. 2019

시베리아 횡단열차, 그 로망에 대하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 하바롭스크 여행기 2편


잠시후 00시50분이면 모스크바를 향해 9,800Km를 달려갈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출발한다.


어릴때부터 기차에 대한 로망이 있어 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 현지 기차여행을 즐기곤 하였다. 대학시절 유레일 패스로 꿈과 같았던 유럽여행, 유럽 기차 여행의 추억을 잊지못해 신혼여행을 호주의 광활한 대륙을 2박3일 동안 기차를 타고 여행했던 추억과  미국 출장을 떠났을때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비행기 대신 기차로 하루종일 태평양을 바라보며 이동하기도, 아들과 함께 겨울날 홋카이도를 일주일 동안 설국열차로 다녀 보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은 왠지 나와같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거칠고 모험가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 처럼 느껴져 두려운 마음이 들어 주저했는데 드디어 그 로망을 실현하게 되었다.


처음에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을 계획할때 3일정도면 충분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처럼의 해외여행 체류기간을 늘리고 싶어하는 아내의 뜻을 따르자니 극동 러시아 다른 지역 여행계획을 잡아야만 했다. 그래서 여행 일정이 며칠 더 늘어났다.


7박8일의 전구간 탑승은 자신이 없어 그 중 1/10 구간인 하바롭스크 까지 800키로 13시간 밤새워 달리는 철마의 거친 숨소리와 철커덕 철커덕 소리를 자장가 삼아 기차 침대칸에서 어린시절 기차에 대한 로망을 추억해 보고 싶었다.


극동 러시아 여행 2일차

산책하듯이 다녀도 한나절이면 충분하였던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하바롭스크로 가는 날이다.


전날 오후 도착해서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밤 늦게까지 어슬렁 어슬렁 걸어 다니다보니 혁명광장, 해양공원, 아르바트 거리등 블라디보스톡의 주요 관광 명소 대부분을 둘러보았기에 급하게 서두를것이 없었다.



첫날 머무른 호텔이 창밖으로 본토와 섬을 잇는 현수교인 금각교가 보이는 시내의 중심지에 위치해서 잠수함 박물관 뿐만 아니라 근처에 개선문과 러시아 정교 교회도 있어 블라디보스토크 관광 포스트 접근성이 좋았다.


느긋하게 12시경 체크 아웃하고 호텔에서 나와 바닷가를 향해10여분을 내려가니 중국 사람들로 보이는 패키지 여행자들로 붐볐다. 그들이 모여있는 곳이면 여지없이 시끌벅적하였다.



세계2차 대전때 사용되었다는 잠수함 안으로 들어가보니 일부구간은 기록 전시실로 나머지는 그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계기판과 원색의 어뢰 발사장치가 참으로 이색적인 볼거리 이었다.


창도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수십명의 승무원들이 한번 출항하면 수개월을 바다속에서 살아야 했는데 어떻게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갔는지 궁금했다.



거리에는 아베의 도발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행을 주저하면서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이 이곳으로 발길을 돌린듯 홀로족 또는 커플들 모습이 자주 보였다.



여행을 좋은곳을 보기 위함이 아닌 다름을 느끼기 위한 여행자라면 우리나라와 분위기가 비슷한 일본보다는 지역은 아시아권이지만 분위기는 분명 유럽인 이곳 방문도 좋을듯 했다. 러시아가 사회주의 국가라서 싸게 여행할수 있을것이라는 선입견치고는 물가는 그리 싸지 않았다. 우리나라 물가 수준이라 택시비를 제외하고는 큰 가성비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해외여행의 필수 먹방투어


이곳에 오기전 특별히 갈곳을 정하고 온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기전 블로그에 나오는 맛집들을 검색하였더니 팬케이크를 잘한다는 레스토랑에 눈길이 가서 점심식사를 팬케이크로 떼우기로 했다.

아르바트 거리에 있다는것만 알고 입구 사진만 기억해 잠시 두리번 거리자 곧 팬케이크 하우스를 찾을수 있었다.



피자맛 치즈맛, 열대 과일맛, 바나나, 초코맛 4가지에 양도 넉넉한 팬케익이 음료 포함 2만원이 채 안되니 가성비가 좋은 먹방 투어다. 반이상이 한국 사람들이라 러시아 있는지 우리나라에 있는지 혼돈 스럽지만 팬 케이크의 내용물이 창조적이며 맛도 좋은 편이었다. 식당내부 벽화 인테리어도 멋지고 추천하고픈 맛집이다.


카페로, 쇼핑몰로, 레스토랑으로, 공원으로, 박물관으로, 열심히 블라디보스토크를 누비고 다녔어도 오후 6시가 채 지나지 않았다.


기차 탑승 시간인 자정 까지 아직도 6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시간을 보낼곳을 찾다가 숙소 근처의 사방이 보이는 유리 온실처럼 생긴 세련되고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를 만났다.  커피2잔으로 2시간여를 소요하다 어둠이 내리자 저녁식사를 주문했다. 그래도 기차 출발 시간까지 3~4시간이 남았다.



블라디보스톡 역으로 가는길.


안개가 바다로부터 밀려와 스멀스멀 도시를 휘감고 있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한편으론 두렵기도 신비롭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기위해 자정이 다가오자 택시에 몸을 싣고 블라디보스토크 역으로 향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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