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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Nov 03. 2019

열차에서 만난 불타오르는 시베리아의 벌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 하바롭스크 여행기 5편

극동 러시아 여행 5일차

모스크바에서 9000Km를 달려온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마지막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난다. 


일주일 가까이 그토록 먼길을 불평없이 묵묵히 밤낮으로 달려왔을 기차의 앞모습을 보는 순간 생명체는 아니지만 평소에 보아온 기차와 달리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800Km 시베리아 벌판을 다시 조우할 생각을 하니 설레임으로 심장의 박동수가 빨라지는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16시30분 블라디보스톡을 향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랐다.



끝없는 자작나무의 숲의 향연


날씨가 하바롭스크에 올때와 다르게 구름 한점없이 화창한 날씨다.


오랜시간전 시베리아에 이주한 고려인들이 화물열차를 타고 경작지를 찾아 이동할때 어느 하루는 보리밭만 하루종일 눈앞에 펼쳐지고 어느 하루는 하루종일 호수만 바라보았다는 글을 읽으면서 광활한 러시아 땅을 머리로만 상상하곤 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하얀몸매를 드러낸 자작나무 숲을 처음 만났을때 나도 모르게 터졌던 환성이 무색하게 한시간여를 지나도 자작나무 숲을 기차는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만추의 갈색 시베리아 숲은 철커덕 거리는 기차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하머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하여 이름도 알수없는 어느 작은 역에 기차가 정차하자 여행객들에게 연어를 절이거나 떡과 같은 먹거리를 팔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몰려와 10여분의 정차시간이 잠시 장터로 변했다.


일몰을 앞둔 서쪽 하늘에는 부끄러움이 많은 아가씨의 볼처럼 발그레한 붉은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불타오르는 시베리아 벌판


시베리아 벌판 지평선 아래로 태양은 사라지자 순식간에 차창 밖으론 칠흙같은 어둠이 몰려오자 아쉬움이 밀려왔다.


무심코 반대편 차창을 바라보자 어둠에 저항하듯 마지막 붉은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시베리아 벌판이 마치 화염에 휩싸인듯한 황홀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그라져가는 불빛에 투영된 자작나무의 가르다란 가지들의 실루엣은 갓 태어난 아이의 솜털처럼 곱디 고와 보인다. 사라질듯 사라질듯 수명을 다한 위태로운 촛불처럼 빛이 어둠에 서서히 수명을 다하는 모습이 숨이 막히게 아름답다.



하바롭스크에서 만난 또 하나의 선물


숙소가 여행의 목적은 아니겠지만 여행지에서 예상밖의 좋은 숙소를 만나면 여행의 기쁨이 더해지는것은 어쩔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1박에 10만원도 안되는 착한 가격에 오성급 특급 호텔 못지 않은 숙소를 만난것은 러시아처럼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나라를 여행하는 혜택일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로 오는 동안 흔들리는 기차에서 하룻밤을 보내는것은 마냥 낭만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불편했던 잠자리로 인해 쌓인 피로를 창밖에 펼쳐진 아무르강의 풍광을 즐기며 느긋한 힐링의 시간을 통해 풀 수 있었다.


하바롭스크를 다시 찾는다면 그 이유들중의 하나가 이 호텔 때문일것 이라는 생각이 드는것이 한편으론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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