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한 개인 줄 알았는데 두 개더라.
서른 살 무렵 회사 면접을 볼 때였다. 면접이 마무리되고 채용될 것 같은 분위기에서 나는 열심히 한다는 다짐을 이야기했다. 흔하게 쓰는 말이었고 다들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이야기다.
회사 대표님은 그런 내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셨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때까지 살면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만 생각했던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기에 그 후로 모든 일의 중심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지인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의아함이 생긴 적이 있다.
지인의 친구가 모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특이한 복장 때문에 기존 근무자들과의 불화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일만 잘하면 되지 사적인 것까지 간섭을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이야길 들으며 수긍도 반대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에 뭔가 의아함이 들더라.
그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책과 영상에서 이런 내용을 접하게 되며 서른 살 즈음 회사 대표님의 말씀보다 더욱 공감하였다.
일은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알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실력만으로 인사 고과가 결정되지 않는 것 같은 때가 있다. 작은 기업이라면 더욱 그럴 수도 있고 사무업무를 하지 않는 현장 근무의 경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무리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력은 그저 그런데 승승장구하는 사람이 있지 않던가.
일을 잘하는 것은 이익 집단에 속하여 계약관계로 근무하는 피고용인 입장에선 당연히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일만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기에 그 속한 무리 안에서 어울리며 적당함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일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이다.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이런 것을 학창 시절에 이미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자랐음에도 인식하지 않고 흘려보내며 자신만의 교훈으로 삼지 않았다면 사회생활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열심의 방법이 잘못되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방법이 옳다고 착각하며 자신은 다 안다고 착각하기에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린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 조직이 원하는 방향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함께할 수 없음인데 자신은 맞다고만 생각한다면 그런 자기 자신이야말로 불통인 사람이겠다.
기본적으로 일을 어느 정도 수행할 능력이 된다면 내가 속한 조직과 그룹이 원하고 추구하는 방향에 맞아야 그 조직에서 외적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지 않던가.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맞지 않는 것이고 각자의 타이밍이 다른 것일 뿐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열심히 해도 결과는 늘 엉망이라거나 지금 속한 곳의 문제점을 토로하는 것은 잠시간의 위안이나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본인과 타인에게 모두 해로운 행동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변하고 싶으면 자신이 100% 맞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자.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분석하자. 살면서 최소한 한 번쯤은 자신이 속한 곳에서 능력도 인정받고 성과도 내며 잘해볼 일 아닌가?
인생의 목표가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내가 어디에 속해있든 내 역량을 펼쳐내는 과정에서의 노력과 경험이다. 회사의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의 노력과 결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알맞게 하는 것.
얼마 전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하던 일과는 또 다른 일이다. 일을 잘, 알맞게 하는데 목적을 두며 겉으로 보이기에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중요한 나와 모두를 위한 경험을 쌓는 중에 만나본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