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계기로 '길담서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 목요일에 첫 모임이 있었고, 처음 보는 거리를 두리번거려가며 어떤 공간을 찾는 경험을 아주 오랜만에 했다. 경복궁 근처 골목에 있는 작은 건물. 그곳은 기대보다 더 작았다.
좋은 모임인 건 알고 있었지만, 한가지 염려스러운 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그 공간을 자주 사용하고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높다 보니, 공감대 형성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잘 통할까 하는 걱정은 있었다. 사십 대 이상의 사람들과 서로가 조금도 모자랄 것 없는 완전히 동등한 입장의 관계를 맺는 경험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 나이대의 사람들은 윗사람 혹은 직책상 상급자였거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었다.
첫 모임을 가졌던 두 시간 반가량의 짧은 시간만으로 모임의 구성원들을 속속들이 알 수는 물론 없었지만, 모임을 마치고 문을 나서며 앞으로 그들과의 소통에 큰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십 대, 혹은 오십 대의 글이라고 하여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어른들의 고민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문제이지 않았다.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말들. 걱정은 기우였던 걸로 하자. 아직은.
모임의 주최자이자 길담서원의 주인인 할아버지는 모임 중에 자신이 1940년생이라고 말했다. 그와 나 사이엔 52년의 물리적 거리가 존재했다. 그 벌어진 시공간에만 지금까지의 내 인생의 이야기를 두 번은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의 세상은 그가 여태 보고 들었던 만큼 크고 넓었고, 그에 비하면 난 삶이란 이야기의 서론도 다 쓰지 못한 상태였지만 모임 중에 우리는 동등한 입장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를 이해하려 꾸준히 노력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이 모임이 좋았다고 생각할지, 그저 그랬다고 생각할지는 아직 정말 모르겠다만,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친구가 되어 같은 주제의 각자의 글을 나누는 이 경험 자체가 내겐 색다르고,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돌아오는 목요일 오전 11시. 두 번째 모임이다. 그날도 경복궁역에서 내리기 위해 지하철을 타야 하고, 날씨는 아마 기분 좋게 시원할 거고, 그날 발걸음은 첫날보단 가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