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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y 12. 2022

로바니에미 야간 스노모빌 체험과 오로라 투어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이색 체험 즐기기


산타마을을 다녀와서 잠깐 호텔에서 잠이 든 우리, 알람 소리를 듣고서 일어나려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겨우 일어나서 오로라 투어 픽업 장소로 향했다. 픽업 장소에 도착했더니 검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차는 알 수 없는 어떤 건물 앞에서 멈췄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어떤 뚱뚱한 할아버지 한 분이 서 있었다. 알고보니 우리는 이 할아버지의 별장 코티지로 가는 것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투어 내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계속 흥얼거렸다. 뭔가 동물들을 부르는 소리 같기도 했던 소리, 낯선 언어여서 신비롭게 들렸다.


우리는 건물 안에서 두꺼운 방한복으로 갈아 입었다. 점프수트 방식의 두터운 옷과 부츠와 장갑, 잔뜩 방한복들을 껴입고 다시 차에 올라 한참을 어디론가 달려갔다. 정말 온통 시커맸다. 가로등 하나 없는 끝도 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달렸다. 우리는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자리가 썩 편하지는 않았다. 안전벨트도 고장나서 맬 수가 없어서 왠지 불안했다. 그리고 같이 탔던 중국인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도로가 아닌 눈이 가득 쌓인 어느 숲 길 안으로 차가 들어갔다. 그러더니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건물 앞에서 차가 멈춰섰다. 우리는 아늑한 코티지 안으로 들어가서 나무 벽에 기대어 앉았다. 할아버지와 가이드가 장작을 넣고 불을 열심히 피웠다. 할아버지는 주전자를 장작불 위에 올려 놓고서 한동안 있다가 돌아다니며 차를 따라 주었다. 장작불에 달궈진 따뜻한 베리차, 차를 호로록 마시며 불을 쬤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평화를 즐겼다.



코티지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모두 밖으로 나갔다. 스노모빌을 탄다고 했다. 오로라가 보이지 않아서 스노모빌을 태워주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내가 신청안 투어에 스노모빌 체험이 포함된 것이었따. 할아버지가 스노모빌을 가져오는 동안에 우리는 눈 밭 위에서 여러 사진들을 찍었다. 불빛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밤하늘의 별이 눈부시게 밝아 보였다. 우리는 조그만 등불에 의지해서 눈 밭 위를 걸었다. 우리가 걷는 길 그리고 보이는 모든 땅 위에는 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정말 이곳은 눈의 세상이다.



머리에 쓰는 헬멧과 목과 입에 두르는 검은 천을 받았다. 돌돌돌 천을 두르고 헬멧을 쓰고 스노모빌 맨 뒤에 앉았다. 스노모빌 모터에서 드릉드릉 소리가 나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왠지 불안했다. 스노모빌에는 안전바나 벨트가 따로 없었고 그냥 의자 위에 앉는 것이 다였다. 스노모빌은 길쭉한 모양이었는데 커브를 돌 때 과연 균형이 제대로 잡히려나 싶었다. 이런 걱정이 드는 와중 갑자기 스노모빌이 넘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걱정이 그대로 벌어졌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난 너무 놀래서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웠는데 앞의 단체로 체험을 온 중국인들은 하하호호 웃었다. 이 상황이 재밌는 것일까? 저 사람들은 나랑은 정말 다른 사람들이구나 느꼈다. 몸을 추스리고 다시 스노모빌에 올랐는데 다시 또 넘어질까봐 걱정디 되어 처음에는 몸이 잔뜩 굳어 있었다. 다행이도 사고는 없었고 점차 씽씽 달리는 스노모빌에 익숙해진 나는 긴장이 풀어졌다. 할어버지 말로는 여태 스노모빌은 한번도 넘어진 적이 없었고 진짜 안전하다고 말했는데, 으흠 나는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한바탕 소란 이후로 소노모빌은 평화롭게 눈 길 위를 달려갔다. 어두운 밤 스노모빌 불빛에 비친 새하얀 세상은 설국이라 부를만 했다. 온통 눈으로 가득한 하얀 세상이었다. 새카만 밤하늘 아래 비죽비죽 솟은 나무들이 돋보였다. 가득 쌓인 눈 대문에 무거워서 그런지 나뭇가지들은 모두 땅을 향해 내려 앉아 있었다.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는데 눈발이 흩날렸다. 눈이 내리는 것인지 스노모빌이 눈을 쓸고 가며 날리는 눈보라인지 모르겠더라.


어두운 밤에 눈이 두껍게 쌓인 나무들을 보니 무섭고 음침한 기분이 들었다. 저 빽빽한 숲속에 발을 잘못 들였다가는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갑자기 들짐승이 튀어 나오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상상해왔던 그런 깊은 숲이 바로 이곳이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날 것 같은 숲, 이런 숲이라면 늑대들이 어슬렁거리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겠지.



스노모빌은 계속해서 눈길 위를 달렸다. 시커먼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모습을 촬영하고 싶어서 잠깐 장갑을 벗고 핸드폰을 치켜 올려 들었따. 그런데 몇초도 안되어서 손이 꽝꽝 얼어버리는 줄 알았다. 너무 차가워서 손이 아프다가 곧 마비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무 감각이 없어졌다. 이야, 겨울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추위는 결코 만만치 않구나.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있어서 잘 몰랐다.


살갗을 에는 기분에 서둘러 장갑을 손에 끼우고 허벅지 사이에 껴 넣었다. 스노모불에 타고 있던 다른 이들도 처음에는 신나서 촬영을 열심히 하더니 시간이 흐르자 추위에 놀란 것인지 카메라나 핸드폰을 다 내려 놓았다. 나도 촬영은 포기하고 조용히 주변을 구경했다. 언제 이 한밤중에 눈 덮인 핀란드 숲 속을 달려 보겠는가?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스노모빌을 타고 숲을 한참 달리다가 다시 코티지로 돌아왔다. 코티지가 고향처럼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서니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는 장작불이 어찌나 반갑던지 모른다. 추운 곳에 있다가 들어와서 그런지 더 따뜻하게 느껴지던 코티지, 우리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곧이어 잘 구운 소시지와 이름을 알 수 없던 핑거 푸드들이 나왔다. 몸을 녹여주던 뜨끈한 베리차와 함께 음식들을 먹었다. 음식이 목구멍 속으로 들어가니 금방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음식들을 먹고 불을 쬐며 따뜻함을 즐기다가 오로라를 보러 밖으로 나섰다. 사실 오로라는 막연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깊은 어둠 속에 왔어도 오로라를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개를 드니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했다. 정말 한가득 쏟아져 내린 별들이 하늘을 꽉 채우고 있었는데, 이렇게 별들이라도 하늘에 가득 있어서 다행이었다. 구름이 꽉 껴있었더라면 이마저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셋팅하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 시선이 닿는 곳에 아주 잠깐동안 오로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빨리 사라져 버려서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 눈으로 보이는 오로라였다. 이미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보았던 우리였기에 오로라를 알아 볼 수 있었다. 오로라가 모습을 보였던 곳을 향해 카메라로 계속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다시 그 모습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그냥 눈으로 본 것으로 만족하고 우리는 별들을 담기로 했다.



코티지 옆 하얀 눈밭 위에 작은 움막이 하나 있었다. 나무로 구조를 만들고 하얀 천으로 덮은 것처럼 보이던 움막, 그 움막을 피사체로 삼아 별들을 담았다. 하늘에 번뜩이던 별들이 사진에 듬뿍 담겼다. 그리고 우리 둘의 기념사진을 남겨 보기로 했다. 삼각대를 세워 놓고 카메라 타이머를 맞추고 다다다 움막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포즈를 취하고 몇초간 정지, 시간이 흐른 뒤 찰칵 소리가 들리면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보러 갔다. 움막 앞 우리 둘 그리고 밤하늘과 별들과 눈, 지평선을 두르고 있는 커다란 침엽수들, 오로라는 못 보았어도 재미난 추억을 만들었다.



투어를 마치고 차를 타고 로바니에미로 돌아가야 했다. 우리는 잽싸게 어느 차 위에 올랐는데 올 때 타고 온 차보다 훨씬 좋았다. 중국인들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피곤했던 탓인지 우리는 금방 잠들었다. 숲 속 코티지에 들리기 전 찾았던 건물에 도착해서 방한복을 벗어 던지고 내 옷으로 갈아입으니 그제서야 온몸이 편해졌다.


여태 투어를 함께했던 할아버지가 자동차로 우리가 묵고 있던 로바니에미 아틱 시티 호텔(Artic City Hotel) 바로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와 작별인사를 하고 투어를 끝내며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피곤에 쩔어있던 우리는 뜨끈한 물로 씻고 곧장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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