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평선 가까이 내려오고 있을 무렵, 노을이 잔잔하게 깔린 늦은 오후 시간에 금강신관공원을 찾았다. 이 근처에 숙소를 잡아 두었는데 공산성에 가는 길에 중간에 공원이 있어 들리게 되었다. 금강신관공원에는 미르섬이라 불리는 섬이 붙어 있는데, 금강의 퇴적물들이 오래도록 쌓이고 쌓여서 섬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공원에는 넓다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공원 끝쪽으로는 금강이 흘렀고, 그 금강 너머로 줄줄이 성벽이 이어진 공산성이 보였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 강도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둥그런 해가 강 위에도 둥그렇게 자국을 남겼다.
우리는 강변으로 달려나갔다. 남편은 납작하고 작은 돌들을 두 손 가득 주워 들었다. 그리고 고운 모래가 쌓여 있던 강변에 서서 멀리 물수제비를 던졌다. 나도 남편이 주워준 돌맹이를 던졌는데, 오늘따라 물수제비가 잘 떠지는 나에게는 운수 좋은 날이었다. 강가에 양귀비 꽃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는지 푸릇한 이파리들 사이에서 붉은 빛깔이 번득였다.
강을 따라 난 길을 걸었다. 길가에는 붉은 양귀비 꽃들이 제법 피어서 아름다웠다. 그리고 군데군데 피어난 푸른빛깔의 수레국화들이 피어나 있었다. 붉은 양귀비 꽃과 푸른 수레국화 꽃은 서로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모른다. 진한 붉은빛과 진한 푸른빛은 각자가 너무 강해서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섞여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해는 산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진한 노을빛을 머금어서 양귀비 꽃들과 수레국화들이 반짝였다. 노을빛에 잠긴 꽃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절로 카메라 셔터를 여러번 누르게되었다. 모네의 아름다운 양귀비 꽃밭 그림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릴 줄 안다면 이 노을빛 머금은 꽃밭을 화폭에 담았을 것 같다. 바람에 가느다른 양귀비 줄기가 흔들리고 커다랗고 얇은 꽃잎들도 흔들렸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금강의 푸른 물줄기와 공산성, 공주는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구나 다시금 생각했다.
우리는 공산성에 가는 길이었던지라 금강을 건널 수 있는 금강대교를 건너기 위해 다시 공원을 되돌아갔다. 해는 거의 다 저물어서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금강이 주홍빛으로 물들어서 아름다웠다. 곧 해가 저물테니 서둘러 공산성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