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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y 10. 2022

이국적인 비진도 미인전망대 풍경과 선유봉 오르기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선유봉을 향해 걸었다. 1년 전에 한 번 와봤다고 가는 길이 익숙했다. 바다 사이의 작은 콘크리트 길을 따라서 쭉 가다보면 선유봉에 오르는 길이 나온다. 오르는 길이 그리 만만하지 않아서 물과 간식들을 가방에 챙겨왔다.



하늘색 안내선을 따라서 쭉 오르다 보면 우리가 걸어온 길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가파른 이 길 말고도 둘러서 선유봉으로 가는 길이 하나 있긴 하지만 펜션 사장님께서 꼭 이 오르막길로 가라고 이야기하셨다. 힘들긴 하지만 이 길로 올라야 미인 전망대도 보고 나중에 둘러서 오는 길을 따라 내려오면 풍경이 아주 멋있다고 하셨다.



잘 닦인 길이 끝나면 이제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낙엽들이 켜켜히 쌓인 작은 산길을 따라서 쭉 걸었다. 그리고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가파른 오르막 길도 올랐다. 쉼 없이 올라가다 보니 숨이 차올랐다. 등줄기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걸어 올라갔더니 망부석 전망대에 도착했다. 작년 가을에 이곳까지 올라왔다가 해도 저물고 힘들어서 도로 내려갔었다. 이날은 쉬엄쉬엄 올라오기도 했고 날도 덥지 않아서 저번보다는  수월하게 올라왔다. 새파란 바다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상쾌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한 숨 돌리고 다시 힘을 내서 산을 올랐다.



다시 돌과 낙엽으로 뒤섞인 산 길을 올라갔다. 오르막의 연속이라 숨이 꽤나 차올랐다. 많이 올라와서 이제 산 중턱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20여분 더 걸었을까? 전망대가 하나 나타났다. 이 전망대가 말로만 듣던 '미인 전망대'였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탄성이 계속 터져 나왔다. 왜 미인 전망대인지 알 것 같았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미인'과 같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 것일까? 너무 이국적이어서 우리나라 같지가 않았다. 가보지 못한 먼 나라 그리스 어딘가의 휴양지 섬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파란 하늘과 짙푸른 바다, 그리고 그 위에 둥둥 떠있는 섬. 내가 걸어 지나온 길이 멀리 보였다. 바다를 가르고 있는 모래사장은 새하얗게 빛났고 얕은 바다는 투명해서 멀리서도 속이 훤히 비쳐 보였다. 내가 저 아름다운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니 믿기질 않았다.



한참을 이곳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 보았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진으로 아무리 담아도 이 아름다움이 다 담기질 않아서 아쉬웠다. 눈에 가득 담고 사진으로도 가득 담고 원없이 아름다운 비진도를 담았다.



미인 전망대를 지나서 다시 30여분간을 걸었다. 해발 300m 정도 되는 선유봉 오르기가 왜 이리도 힘든 것인지 모르겠다. 헥헥거리며 열심히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선유봉. 다 올랐는데 다 오른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보통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데 선유봉은 수풀로 우거져 있었다.



선유봉에 올라서니 미인 전망대에서처럼 눈이 번쩍 뜨이는 풍경은 없었다. 다만 아득히 먼 바다만 보일 뿐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놓인 바다가 아주 푸르렀다. 푸르다는 말로는 부족한 저 아름다운 빛깔은 어떤 말로 표현해야할까? 수평선이 아주 또렷하게 보였다.



왠지 저 바다 끝까지 노를 저어 나아가면 낭떠러지가 나타날 것 같았다. 옛사람들이 멀리 보이는 바다 끝을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던게 당연한 것 같다. 나라도 저 끝이 무서워 나아가지 못했을 것 같다. 아름답고도 무서운 저 먼 바다.



선유봉을 둘러서 내려가는 길, 올라올 때와는 다른 곳으로 내려가니 보이는 풍경이 달라서 좋았다. 선유봉을 오를 때는 산 속을 비집고 들어간 느낌이었는데 내려갈 때는 바다와 함께 걷는 느낌이었다. 섬 가장자리 가파른 절벽과 반짝거리는 바다를 보며 걸어 내려갔다.



파란 바다 위에 웅장한 절벽들이 연이어 보였다. 바다가 어찌나 푸르르던지 빛깔이 너무 고와서 뛰어들고 싶을 정도였다. 왠지 저 바다라면 뛰어 들어도 아프지 않고 부드럽게 날 품어줄 것 같았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트레킹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눈이 호강하는 즐거운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멀리 우리가 건너온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푸른 바다와 그 위에 놓인 길, 우리는 정말 한참을 걸어 내려온 것 같았다. 올라갈 때 보다 내려가는 길이 선유봉을 둘러 가서 그런지 훨씬 더 오래 걸렸다. 점점 힘들어갈 즈음에 나타난 외항 마을이 어찌나 반갑던지 갑자기 힘이 솟아 룰루랄라 걸어갔다.



빨라진 발걸음으로 외항마을을 향해 걸었다. 출출하니 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물회나 회를 먹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물놀이를 해야지. 아름다운 저 바다에 얼른 뛰어 들고 싶어서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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