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과 나는 메트로를 타고서 개선문 역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오니 아직 세상은 완전히 캄캄해지기 전이었다. 자동차들이 불빛을 켜고 달리기 시작할 즈음, 우리 셋은 신나서 개선문 앞에서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동행이 없을 때는 그냥 개선문만 간단히 사진을 찍고 지나쳤었는데, 동행이 있으니 개선문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놀고 있는데 번득 조명이 켜졌다. 노란 조명이 닿아서 개선문이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개선문은 낮에 보았던 모습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어느 나라의 도시를 돌아볼 때 야경까지 보아야 제대로 본 기분이 들었다. 여행 막바지에 이르니, 혼자 다니는 바람에 위험할까봐 밤늦게 돌아보지 못한 야경들이 많이 아쉽게 느껴졌다.
불이 켜진 개선문을 구경하다가 샹젤리제에 들어섰다. 누구나 한번쯤은 '오~샹젤리제!'라는 노래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개선문에서 부터 쭉 직선으로 이어지는 거리가 샹젤리제이다. 길거리에 명품샵들이 늘어선 쇼핑하기에 좋은 아름다운 거리이다.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 여행자에게는 쇼핑은 논외이겠지만, 이렇게 반짝이는 화려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디즈니 샵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 안으로 들어가니 온갖 종류의 인형들과 장난감 천지였다. 어린 아이들이 많았는데 다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물론 어른인 나도 넋이 나갔다. 하하.
귀여운 인형들이 많아서 한 녀석 데려가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오늘 이미 여우 인형 한 마리를 파리 시내를 걷다가 기념삼아 사버렸기 때문이다. 여행 막바지에 이를수록 짐이 늘어나서 캐리어 싸기가 벅찰 지경이었다. 처음과는 달리 무언가를 살 때면 짐이 되진 않을까 고민부터 하기 시작했고, 뭐든지 최대한 안사게 되었다.
늦은밤 우리는 메트로를 타고 민박집으로 복귀했다. 숙소에서 에펠탑이 잘 보였기 때문에 구태여 늦은 시간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러 밖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오후 11시에 에펠탑 반짝이 쇼가 시작되니 숙소에 돌아와 깨끗하게 씻고 창문 앞에서 기다렸다.
반짝반짝이는 에펠탑. 노란 에펠탑이 어둠속에서 빛났다. 쇼가 시작되자 별이 반짝이듯 하얀 작은 빛들이 에펠탑 위에서 번뜩였다. 멍하니 에펠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유럽 여행을 하며 프랑스 파리는 제일 상상과 달랐던 도시였다. 환상이 너무 컸던 탓일까? 깨끗하지 않고 번잡하고 정신 사나운 인상을 주었던 파리, 허나 시간이 흐르고 나니 머릿속에 에펠탑이 아른거리며 하염없이 짜증났던 실망했던 그런 순간들까지도 몹시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