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의 프라하 여행
직딩 만3년차 사회생활에서 3년 차에 위기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에게도 3년 째 되던 올 해 그 위기가 찾아왔다.
일에 대한 보람도 피로와 매너리즘에 빠져 느낄 수 없었고, 주변의 환경은 얼마나 나를 압박해오던지.
너무 부정적인 생각들이 많이 들어 그냥 있으면 안될 것 같았다.
때마침 직장 동료이자 친구들과 함께 동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이전에도 함께 여행을 자주 갔었지만 유럽이라는 먼 거리를 함께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잠시 미쳤었는지 아니면 함께라서 그랬는지 과감히 용기를 냈다.
간다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각자 분담해서 여행을 준비해갔다. 비행기 예약, 숙소 예약, 동선 등 여느 때처럼 마찰없이 우리는 잘 맞았다.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2016년 5월 몇 번의 미팅을 통해 여행 전 모든 준비를 마쳤다.
장장 16시간의 비행을 이겨내고 프라하의 저녁시간 우리는 땅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프라하는 밤 9시가 되도록 해가 지지 않았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카를교로 나섰다.
우리는 여느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프라하를 걸을수록 그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카를교 위의 연인들, 노부부, 뛰어노는 아이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일상에서 벗어난 것이 묘한 흥분을 더 해주었다.
카를교의 야경은 우리를 황홀경으로 데려갔다.
사랑하는 이와 다시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던 트램이라는 대중교통도 참 신기했다. 지하철 처럼 생겼지만 더 아담하고 버스처럼 도로 위를 달리는 붉은 색의 트램. 프라하 하면 제일 떠오르는 것도 트램이 되었을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차적응이 잘 되지 않아 자던 도중에 눈을 떴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0분이었다. 그런데 숙소 밖을 보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프라하의 아침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다시 잠이 들 수도 없었고, 일행들도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식을 먹고 이른 아침부터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매고 밖으로 나갔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서일까? 여유로워 보이던 프라하의 아침.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직딩들의 출근 대이동은 없었다. 그냥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광장에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그들을 맞이하는 예술가들이 포진하고 있어, 우리의 눈과 귀를 매료시켰다.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광장의 웅성거림, 음악소리.
외국인들이 사진기를 건네며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인이 사진 잘 찍는다는 소문이 나서일까? 유독 우리에게 카메라를 건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이제는 스마트 폰만 있으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
트램에서 만난 그녀는 한동안 나를 응시했다. 나는 카메라를 들어 대신 인사를 했다.
아름다운 그녀는 어디로 가는 중이었을까?
프라하의 아침 우리를 맞아주던 블타바 강
밤에 보던 모습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던 카를교
각 나라의 특징을 잘 살린 맥주 광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카를교에서 바라본 프라하의 실루엣
인사해주던 외국인 관광객들. 반가웠어요. :)
카를교에서 유명한 동상.
블타바 강의 황금빛
프라하에서 마지막으로 탔던 트램의 강렬했던 모습.
오스트리아로 떠나던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가씨.
우리는 떠나기 싫은 프라하를 거쳐 다음 여행지인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지금도 사진을 보면 내가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가 저 곳에 있었구나..
직딩으로써 쉽지 않던 일탈의 순간! 앞으로 또 기회가 있겠지? 라며 서로를 다독이며 오늘도 우리는 여행이야기를 안주 삼아 맥주잔을 기울인다. 이 추억이 흰머리가 나고 주름진 얼굴이 되었을 때도 나에게 웃음을 줄 것 같다.